2005년 2월 20일 일요일

직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남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남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싶다면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때론 서로 얽혀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내가, 남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 때가 많지만 그럴 때일수록 침잠하는 게 아니라 나를 직시하고 바라보면 나도 보이고 남도 보인다.

내가 보이지 않아 헤맬 때가 가장 힘들다. 역시 남이 보이지 않아 헤맬 때도 힘들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관계는 다 얽혀 있는 그물망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만큼 왔는데 앞으로 얼만큼 가야할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만큼 오면서도 뜬구름 잡 듯 마음 둥둥 떠다니는 게 고민스럽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땅에 발 붙이고 안정적으로 서있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부지런히 허우적대야지.

생각해보면 허우적 댈 때는 심히 염려스러워도 허우적 거림에 힘이 빠지면 좀 더 편한 손 짓, 발 짓을 해댈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늘 극단적 양 쪽을 체험하는 편이긴 해도 아직까진 그런대로(중용의 의미를 나름대로 느끼고서부터) 잘 견뎌오고 있다.

뭐, 아직도 숨 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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