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내가 518을 이야기하는 게 마뜩찮을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계속해서 알아가고 변화시켜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다.
중학교 때 사촌형님에게 처음 들었던 "~오월 그 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엔 붉은 피 솟네..~"라는 노래는 가사가 충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가슴에 아주 오랜동안 울림을 전해줬었다. 그게 어쩌면 내가 처음 접한 518에 대한 기억일테다. 그 이후로 또 그냥 지내오며 최루탄 흩날리는 이리에서 전주에서 눈물 흘려가며 시위 학생들에게 동질감을 느꼈던 것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냥 본능적(?)으로 518 이야기만 들으면, 민중가요만 들으면 가슴이 벌렁거리고 맥박이 빨라지고 눈물이 글썽해지곤 했는데 왜 그랬는지..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518관련 사진을 접하고 역사적 사실을 접하면서 알 수 없었던 분노는 이유있는 분노로 바뀌게 되었고 다른 정치적 사실들에 대해서는 깜깜한 상태였지만 518에 대한 생각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사실에 근거해 생각을 쫓아가다 보면 사회 전반에 걸쳐, 아니 세계사 전반에 걸쳐 원인결과가 맞물려 있음을 알게 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중력 상태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어디서부터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까.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고 시작하자면 518 진상규명부터 관련자 처벌까지 순서대로 해나가다 보면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는 어느정도 잡혀갈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오늘 518. 25년이 흐른 지금. 많은 게 바뀌었지만 또 많은 게 바뀌지 않고 있는 지금. 생각이 복잡하다. 내 개인의 삶도 복잡하지만 그 복잡함의 근원도 생각해보면 이런 역사적 사실과 연기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풀어갈까. 어떻게 해결해갈까. 시간이 흐를 수록 난 더 방황하게 되고 헤매고 있는 것만 같다.
잊지는 않아야지. 지금 생각하는 것들, 지금 고민하는 것들. 잊지는 말아야지. 세상을 통째로 변화시킬 수 있었을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의 치기는 지금 작은 것 하나 제대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버거워하고 있긴 하지만 분명 연결고리는 있으니 잊지는 말아야지.
참 살아내기 어려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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