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정말) 비밀이 있나?
비밀을 간직하게 하고 그 비밀의 크기만큼 행복을 주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바람둥이의 이야기. 하긴 이걸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바라보면 주인공 남자는 어떤 욕망과 욕구가 의인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남녀관계에 섹스 이외에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사랑은 섹스 이외의 것들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는 정석적인 대답은 어떨까? 남녀관계에서 섹스 빼고 대화와 삶의 공유라는 건 좀 삭막하기도 하다. 섹스가 훌륭한 대화이며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 단, 이건 남자들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섹스가 아니라 남녀공통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섹스여야 한다. 일방적 소통일 경우엔 어떤 식으로든 폭력의 형태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예전에 어디선가 봤던 내용인데 희대의 바람둥이 돈 쥬앙이 일반 바람둥이와 다른 점은 “만나는 여자들마다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점이라고 한다. 이것도 남자들의 시각에서 미화하기 좋은 말꼬리이긴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도 없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장난으로 만나는 것보단 훨씬 낫다.
수현은 미영, 선영, 진영과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관계를 형성해가는데 결과는 “해피엔딩”이다. 그 누구도 수현이 다른 이를 좋아하는 걸 탓하지 않는다. 어쩌면 많은 남자들은 수현의 완벽한 조건 때문에 질투는 할지언정 세 자매와 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선 욕지거리를 하지 않을 것만 같다. 게다가 여자들은 상황의 황당함에도 불구하고 백마 탄 왕자와 같은 이병헌의 멋진 모습에 마음이 수그러들 것만 같다. 감독이 관객과 이런 식의 유희를 즐기며 사람들의 심리 이면에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끌어낼 목적이 아니었다면, 그저 단순히 관계의 복잡미묘함 때문에 선택한 내용이었다면 불쾌한 마음까지도 든다.
뭐, 어쨌거나 영화적으론 그리 완성도도 없고 배우들의 연기도 형편없었지만 결말이 어찌 될까 궁금한 마음에 마지막까지 봤다. 마지막 결말도 어이가 없었지만 마지막에서 수현이 다른 커플을 바라보며 새로운 “작업(?)”을 준비하는 걸 보면서 “완전 픽션”이란 생각이 강하게 스쳐 지나가고 말았다. 영화보고 속은 듯한 느낌. 싫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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