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로봇다리 세진이'
엄마 정숙씨가 사지기형인 세진이를 입양하려고 했을 때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이혼한 남편. 지난 어린 날 치기같으면 욱-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비겁한 것 아니냐고 흥분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젠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혼을 선택한 남편이 나쁜 게 아니라 세진이를 입양해서 키우려고 마음을 먹은엄마 정숙씨가 대단한 것이다. 누나 은아는 어릴 적부터 영향을 받아서일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처럼 자신을 헌신해 집안의 가장 역할, 세진이의 제2의 엄마 역할을 한다니 그 역시 엄마 못지 않게 대단한 것이다. 어릴 적 걷기 위해, '사람'이 되기 위해 그 모진 세월을 이겨내고 지금은 든든한 엄마의 아들, 누나의 남동생이 된 세진이도 역시 대단하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지만 대단한, 위대한 가족들의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고은비님 댓글을 본 후 내용추가 - 세진이를 입양하는 과정중에 아빠랑 이혼한 것이 아니고 입양 후 살다가 사업 실패 및 여러 가지 갈등이 있어서 이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빠도 꽤 어려운 결정을 함께 했을 텐데 결과적으론 이혼을 하게 되었다니 안타깝다.)
(양정숙님 댓글을 본 후 내용추가 - 아래 댓글에 세진엄마 양정숙님께서 글을 남겨주셨다. 이혼한 분은 너무 좋은 분이고 서로 누가 될까 저어하여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것, 게다가 오래 전 친구가 되었다는 것. 그저 흘러가듯 언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에 대한 아낌없는 응원이 있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아빠(지금은 아니지만) 역시 함께 하지 못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어떤 결과만을 두고 보면 결과가 나오기 전 과정이나 원인들은 상대적으로 비약시키거나 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사연이 있고 고민이 있을 텐데... 암튼, 모든 분들의 행복을 기원한다.)
예전엔 나도 입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 정숙씨와 같은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생각은 단지 생각, 이상일 뿐 그 어떤 각오와 결심은 가당찮아 보인다. 모든 엄마가 위대하지만 정숙씨는 더욱 위대해 보인다.
가진 자들이 베풀고, 나누고 입양하는 것들을 대단하다고 한다. 가진 자들은 오히려 물욕이 많아 그런 행위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 이해는 된다. 하지만 틀렸다. 가지지 않은 자들은 잃을 게 없어 쉽게 나누고 베풀고 입양하는 게 아니다. 힘들 것 뻔히 알고 고단할 줄 뻔히 알면서도 그리 하는 것이다. 그게 더 대단하다. 난 세진이 엄마 정숙씨의 결심, 각오, 용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까. 누나 은아와 세진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까.
정숙씨와 세진이가 영국 장애인 수영대회에 참여할 때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품에 안은 걸 보며 저들에게 국가는 무슨 존재였을까 생각해보다 부질없음을 느꼈다. 그 외로운 이국 타지에서 그들을 증명하고 의지할 수 있는 건 국가표식 때문인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가는 저들에게 어떤 존재였던 적이 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영국 대회에서 세진이는 훌륭한 성적-출전한 전 종목에서 메달 획득-을 거뒀지만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내내 '메달권에 들지 못해도 괜찮다'고 중얼거렸다. 세진이, 엄마 정숙씨의 위대함이 메달의 획득과는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박태환이 함께 화제가 되고, 다큐멘터리 나래이션을 신애라와 박지민이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는 것 따위가 기사 꺼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세진이 가족의 존재는 그 어떤 것으로 포장되지 않아도 충분히 빛이 나고 위대한 것이라 생각했다.
다큐멘터리 내용 중에 가장 참을 수 없었던 부분은 세진이를 걷게 해주려고 찾아간 병원에서 엄마 정숙씨가 의사에게 '이 아이는 못 걸어요. 엄마 돈 많아요? 그럼 한번 걷게 해보세요.'라며 멸시에 찬 대답을 들었다는 부분이었다. 또한 겨우 세진이를 걷게 해서 보낸 수 많은 유치원과 학교에서 퇴짜를 받았고 겨우 들어간 학교에서는 세진이를 넘어뜨리고 세진이의 로봇다리를 망치로 부수고 왕따를 시켰다는 것. 게다가 엄마 정숙씨는 세진이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욕설이 적힌 언어카드로 아이를 가르쳤다는 부분에서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걸 느꼈다. 세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다시는 무너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키웠다는 것이다.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세진이는 스스로가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주변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서려고 노력했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그럼에도 정숙씨, 세진이, 은아는 미소가, 표정이 너무 맑고 밝다.
“너는 장애인이야. 너는 병신이고, 너는 바보라고 놀림 받을 거고 이보다 더한 욕도 들을 수 있어. 그럴 때는 어떻게 답해야지? ‘응’이라고 말하면 돼” - 엄마의 인터뷰 中
“매일 하나님한테 기도했어요. 거짓말 하지 않고 착한 아이가 될테니까, 다리를 달라고,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 세진이 인터뷰 中
“자식은 내게 오는 거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세진이가 저를 필요로 했고 저는 세진이의 엄마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가 봐요.” - 엄마의 인터뷰 中
"걷고 싶었어요. 걸으면.. 걸을 수만 있으면 세상이 달라지잖아요. 제가 다가갈 수 있잖아요” - 세진이 인터뷰 中
“걷다가 넘어지면 크게 다치잖아요. 다치지 않는 연습을 하기 위해 바닥에 이불을 깔고 세진이를 수백 수천 번 밀어뜨렸어요.” - 엄마의 인터뷰 中
“수영장 영업이 끝나면 락스로 혼자 수영장 구석구석을 청소해줘야 했죠. 세진이 다리를 보고 수영장을 나가는 손님들한테는 환불도 해줘야 했구요...” - 엄마의 인터뷰 中
“평생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잖아요.. 전 그게 가장 가슴에 남아요.. 왜 저런 애가 여기 와서 수영하냐는 말..” - 세진이의 인터뷰 中
아들아! 너의 몸이 똑바로 서있으면 너의 그림자가 흔들리지 않는단다
타고난 것으로 실망하지 마라
너의 귀한 몸으로 노력하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단다
-엄마의 편지 中
출처: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매일 하나님한테 기도했어요. 거짓말 하지 않고 착한 아이가 될테니까, 다리를 달라고,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 세진이 인터뷰 中
“자식은 내게 오는 거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세진이가 저를 필요로 했고 저는 세진이의 엄마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가 봐요.” - 엄마의 인터뷰 中
"걷고 싶었어요. 걸으면.. 걸을 수만 있으면 세상이 달라지잖아요. 제가 다가갈 수 있잖아요” - 세진이 인터뷰 中
“걷다가 넘어지면 크게 다치잖아요. 다치지 않는 연습을 하기 위해 바닥에 이불을 깔고 세진이를 수백 수천 번 밀어뜨렸어요.” - 엄마의 인터뷰 中
“수영장 영업이 끝나면 락스로 혼자 수영장 구석구석을 청소해줘야 했죠. 세진이 다리를 보고 수영장을 나가는 손님들한테는 환불도 해줘야 했구요...” - 엄마의 인터뷰 中
“평생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잖아요.. 전 그게 가장 가슴에 남아요.. 왜 저런 애가 여기 와서 수영하냐는 말..” - 세진이의 인터뷰 中
아들아! 너의 몸이 똑바로 서있으면 너의 그림자가 흔들리지 않는단다
타고난 것으로 실망하지 마라
너의 귀한 몸으로 노력하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단다
-엄마의 편지 中
출처: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자유민주국가에서 장애를 만들고, 가난을 조성하며, 불행을 형성하는 건 국가가 아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을 뽑는 권리를 가진 우리들의 잘못이다. 나의 잘못이고 너의 잘못이며 우리의 잘못이다. 우리의 변화는 주변을 변하게 만들고 사회를 변하게 하며 국가를 변화시킬 것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비판하고 엄준하게 꾸짖을 권리 역시 우리들에게 있다. 그걸 망각하는 순간, 국가는 우리를 억압할 것이고 장애를 생산하고 가난을 양산하며 불행을 잉태할 것이다.
세진이를 보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차마 보기가 힘들었지만 끝까지 봤다. 그들에게 무한한 용기와 힘을! 그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애정이 함께 하길!
Team Hoyt가 겹쳐 떠오른다. 위대한 父子(Hoyt)와 위대한 母子(정숙-세진)들이다. 공통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Team Hoyt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 지원을 생각하면 정숙-세진 팀은 전혀 다른 지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건 아주 큰 차이여서 다른 지점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상, 다른 출발점인 것이다. 그건 바로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 생각의 차이만큼 큰 것이기 때문에 정숙-세진 팀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수 많은 고통을 겪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은 현재 진형형이다. 비록 그들이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할지라도.
[record my mind] - 장애인이 살 수 있는 세상은...
[diary 03/9/3-04/9/13] - 장애.
세진이를 입양하는 과정중에 아빠랑 이혼한 것이 아니고 입양후 살다가
답글삭제사업 실패및 여러 가지 갈등이 있어서 이혼하게 된 거예요.입양을 위해 이혼한 건 아니예요
@고은비 - 2009/05/17 00:49
답글삭제그랬군요. 방송을 보다가 그 부분을 못들었나 봅니다. 고은비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본문에 추가해야겠네요. 지적 고맙습니다.
아...저는 세진엄마입니다.. 그 분은 좋은사람입니다... 단지 은아와 세진이의 아빠는아닌거지요...
답글삭제이렇게 잘못 알려지면... 서로 누가 될것 같아서...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오래전.. 부부에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지금은.. 다른사람의.. 남편입니다.
그 분은.. 그저 흘러가듯 언급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죄송합니다..
@양정숙 - 2009/05/22 22:23
답글삭제세진 어머님께서 글을 남겨주시다니 고맙고 죄송스럽습니다. 혹시라도 위 글 내용의 어떤 부분이 어머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말씀하신대로 방송에서 보여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을 보고 어떤 부분을 편협하게 오해를 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분과 친구가 되셨다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그 분이 '어떻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해'가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구요. 게다가 위에 고은비님께서 댓글을 달아주셔서 더욱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구요.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진 않았나 죄송스럽네요. 암튼, 어머님께서 해주신 말씀들은 잘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세진이 훈련시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머님 허리와 건강도 좀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 모두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마음 모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