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이야 거창하지만 별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어른이 되는 걸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유아기를 벗어나는 걸 두려워하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성인이 되었는데도 결혼은 반드시 부모의 동의를 거쳐야 하고 사랑도 직업도 때론 자신의 진로조차도 부모와 어른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미 부모가 된 주인공들일지라도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남자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아버지로부터 성인의 기능을 거세당한다.
드라마 속에서만 그런가. 드라마와 현실은 100% 다른 것일까. 부모들이 자식들에 대해 손을 떼는 게 점점 늦어지고 있고 자식들에 대한 부모들의 욕망은 갈수록 커져간다. 자식들은 법으로부터 성인인증을 받아도 스스로가 성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다른 나라의 드라마들은 본 게 많지 않으니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부모가 등장하지 않거나 등장하더라도 자녀들과 인격적으로 동등한 상태로서 등장한다. 다른 나라 역시 드라마와 현실은 100%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되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들. 어른이 되려고 하는 이들을 단호히 막아서는 또다른 어른들. 그게 드라마 속에 보여지는 대한민국의 얼굴이며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드라마 속에서 혹은 현실에서 부모와 자식, 어른과 아이 간에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공경'의 문제와 별개다. 오히려 '동방예의지국'이나 '바른생활', '예절'등을 이용해 통제하고 가두는 경우가 많았으면 많았지 결코 '공경'과 '예절'의 문제가 어른이 되지 못하는 못하는 상황과 어른이 되지 못하도록 막는 상황과 연결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보다 연배가 많은 사람이 하는 말에 토를 달거나 반항을 하면 '싸가지 없는' 사람이 되고 '버릇없는' 사람이 된다. 나보다 연배가 아래인 사람은 '상명하복'으로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곤 한다. 세상은 많이 변했고 달라졌다는 걸 안다. 하지만 사회의 어른들, 관계 속의 어른들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한 사회로 변한 것일 뿐 본질이 변한 건 아니라 생각한다. 본질이 변해간다면 결코 이중적 잣대를 들이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른이지만 어른 아닌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대한민국이 점점 유치해져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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