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생활의 실태 가운데 하나는 전화의 신성함에 대한 믿음이다. 사람들은 단지 전화의 명령에 복종하기 위해 열정적인 사랑을 중단하거나 격렬한 말다툼을 보류한다. 전화에 응답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사회 시스템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서 무정부주의와 동일시된다.이 글을 읽으면서 공감이 갔던 이유는 아마도 핸드폰이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일테고 그 핸드폰으로 인해 가끔은 외로움이 더 강해지는 걸 느껴봤기 때문일 게다.
<스퀴즐 플레이 189p>
무정부주의에 대해 한 때 관심을 가져본 적은 있지만 난 무정부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전화에 대한 신성함은 때로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핸드폰 전원을 꺼놓고 며칠씩 있어본 적이 없다. 가끔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보냈던 건 배터리가 없어서다. 늘 열어놓고 있으면서도 내가 전화에 묶여있음을 불편하게 느끼지 못했었고 되려 전화의 편리함에 고마움을 느꼈었다.
어느새 시스템은 내 주변에 빼곡히 들어차 있고 그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그 시스템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어야겠다는 다짐마저 하고 만다.
반가운 사람, 그리운 사람과의 소통까지 거부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시스템의 횡포에 대해서는 최소한 거부를 하고 싶은 욕구가 인다.
하지만 이미 늦은 건 아닐까.
그러나 여전히 내 의지는 살아있음의 연속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