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형제자매 / Roots and Branches / 我的兄弟姐妹
감독:위종
주연 : 량용치, 지앙우, 시아위, 추이지엔
제목만 봐도 뻔한 내용임을 짐작할 수 있다. 형제자매들의 이야기. 역경과 고난을 헤쳐가는 이야기겠지. 보고 나니 역시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장춘에 있을 때 TV에서 방영을 해줬었는데 그 때는 마지막 장면만 봤던 기억이 난다. 아니, 중간중간 기억도 난다. 중국은 워낙에 재방송을 자주 해주니까. 언젠가 봤겠지.
마지막 결말은 지극히 상투적이어서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고 량용치(양영기)의 발음도 중국식이 아니라 홍콩식이어서 조금 거슬리기도 했다. 하긴 설정은 미국에서 살다가 20년 만에 중국에 돌아온 것이었으니 괜찮긴 했지만...하지만 다른 배우들에게서 오랜만에 듣는 동북 사투리는(그리 심하진 않았지만) 내가 그곳에서 살았던 짧은 기간의 향수를 자아낸다.
이 영화의 미덕은 뭐니뭐니 해도 아역들의 공이 크다. 량용치가 꽤 유명한 배우이기 때문에 그가 주연처럼 여기저기에서 인터뷰를 했지만 주역은 당.연.히. 아역배우들이다.
오래 전에 본 '일곱개의 숟가락'이나 '해피 투게더'같은 드라마가 오버랩 되기도 했지만 중국에서 일어나는 과거형의 사건들은 흥미를 유발하기 충분했고 중국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내겐 더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급작스러운 부모의 별세, 돌아가시기 전에 큰 형(오빠)에게 동생들을 부탁하는 장면 등은 뻔한 흐름이지만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과 닭 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형제도 여2, 남2인 상황인지라 좀 더 느낌이 와 닿았다고나 할까? 이 아이들만큼 내 어린시절은 누이, 동생들과 살갑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공감이 남을만 하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형제자매는 처음에는 모르는 사이었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내리고 난 후에 얼음으로도 얼고 물로도 변하듯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지 않은가. 부모 역시 마찬가지고.
요즘 세상이 각박해져 형제자매가 있어도 남처럼 사는 경우도 많고 걸치적 거리는 존재가 되버리기도 하지만 때로 혹은 종종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되는 건 확실한 듯 하다. 간혹 친구가 가족같고 아는 인연이 더 가족같은 경우도 많이 생기는 이유는 세상살이가 복잡해지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경우가 적어지기 때문일 게다. 아무러면 어떨까. 친형제자매든 나중에 맺은 의형제자매든 혹은 친구든 '가족'이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다 내 인연 안에 속해 있는 '친가족'과 진배 없는 것을...
내 뿌리는 '현재'의 가족이기도 하겠지만 크게는 '영원'의 가족이겠다는 생각. '祖국'라고도 하고 '母국'이라고도 하듯 근본과 가지의 연결성을 살펴보지 않고서는 결코 내 '자신'을 모를 일이다. 그것이 이기적인 범위를 만들거나 보수적인 굴레를 형성하지 않는다면 참 나를 찾는 꽤 괜찮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긴, 아무리 그렇게 해도 내 존재의 근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오리무중이긴 하다.
다시 한 번 아역배우들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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