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5일 수요일

눈 뜬 장님마냥...

요즘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눈 뜬 장님마냥 보고 듣고 있다 보니 세상은 분명 하나로 이루어져 있지 않음이 확실하다.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세상이 움직여 가기를 바라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검은 걸 하얗다 하고 하얀 걸 검다 하는 세상에선 가치관이 쉬이 변하길 마련이다. 제대로 중심잡고 서 있지 않으면 내가 내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에 장단을 맞추고 춤을 추고 있게 될 것이다. 아무리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지만 낮은 곳에 임하는 사람들의 귀와 코는 귀도 아니고 코도 아닐 뿐더러 걸어 볼 귀걸이, 코걸이도 없다. 늘 세상은 높은 곳에 임하는 자들의 뜻대로 움직여 간다.(왔다). 사실 그들도 자신이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고 살 게다. 지금 하고자 하는, 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순간을 모면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으니.

모든 걸 위장하던, 모든 걸 편법으로 처리하던 이는 무척 깨끗하게 살아왔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얘기하고 민주화의 투사였네 하던 이는 전장군의 치적을 홍보하던 시절이 있었어도 여전히 투사며, 모든 잘못을 책임지겠다 물러섰던 이는 한 몇 년 지나니 세월과 함께 죄값도 다 치룬 것이라 믿고 있는 세상. 잘못이란 말은 존재하되 잘못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세상. 꼴리는 대로 살아도 아무나 쉽게 범접하지 못한 곳에 몸과 마음을 걸어두면 법 위에서, 상식 위에서 춤을 출 수 있는 세상.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리석은 바보가 되는 세상. 지금 이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장님인 양 벙어리인 양 귀머거리인 양 보고 듣고 있다. 아니,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보고 듣게 하고 있다.

내가 이 땅에 발을 딛고 선 후 부터 지금까지 별반 다를 게 없는 이 세상은 점점 공고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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