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31일 월요일

2007년을 보내며, 2008년 새해 복 많이 짓고 받으세요.

옆에서 보세요

이유야 어쨌든 남보다 위에 서는 게
당당하고 떳떳하다고 늘 교육 받아 온 우리입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늘 당신을 밟고 당신보다 위에 서기 위해
옆도 보지 않은 채 마음도 닫고 달려왔네요.

그러다 문득 제 영혼의 샘이 메마른 듯 해
가만히 정좌하고 단전을 중심했지요.
아- 굶주린 맹수처럼 희번득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했던 지난 날의 제가 보입니다.

젖은 눈 들어 옆 동지를 찾아봅니다.
제 옆에 밝은 빛으로 마음 열고 다가 온 당신이 보입니다.
이제야 보입니다.
“與人不競心常靜”
이유없이 요란했던 제 마음은
당신과의 경쟁으로 생긴
아집과 아상으로 뭉친 부끄러움었음을

이젠 서로 같은 눈높이로
서로를 위하는 수평적 관계로
옆에서 사랑스러운 눈으로
닫힌 마음을 열고 함께 사랑을 나누어 보지요.
옆에서 보는 즐거움을 나누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래 전 어느 날, 쓰다)


2007년이 갑니다. 그리고 2008년이 옵니다. 어제가 별 날이 아니고 오늘이 별 날이 아니듯 2008년을 여는 내일도 별 날은 아닐 것입니다. 특별한 날에 마음을 맞춰 기념하기 보다는 언제든 새로운 마음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매일매일이 특별한 날일 것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2007년을 보내며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2008년에는 복 많이 짓고! 받길 염원합니다. 그리고 늘 건강하고 숨 쉴 때마다 행복하시라고 마음을 전합니다.

댓글 2개:

  1. 가끔씩 형이 쓴 글이나 예전에 보내주셨던 메일을 보다보면, 무릎을 딱 칠 때가 있어요. 뭐랄까... 제 안에 풀리지 않았던 응어리를 그대로 얘기해주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마 인생을 더 살아온 선배로서의 연륜이 묻어나서 그런가봐요.



    옆에서 보는 것... 저는 조금 다른 이유의 경쟁으로 생긴 아집과 아상이 있어요. 이 사회의 문제를 뿌리까지 캐어 묻고, 대안 사회의 모델을 그리겠다... 경제, 역사, 사회, 철학을 갖춘 사상가가 되겠다...는 그런 욕심. 최소한 앞으로 10년은 공부해야지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일 거라는 욕심으로 인한 아집이 생겼는 거 같아요. 이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경쟁이겠죠? 그래서 공부해서 어느 정도 튼튼한 내공이 갖추어질 때까지는 인간관계를 최소한으로 맺고 지내야지... 그래야 시간도 안 뺏기고, 최소한의 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사귈 수 있을테니까.... 이런 생각을 하고 지내왔는데... 글쎄, 잘 모르겠어요. 사실 맘 같아선 이 사람, 저 사람 다 안부를 묻고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 사람이 품을 수 있는 사람의 한계도 있는 거고...



    하지만 문제는 노력과 습관인 거 같아요. 공부를 하면서도 충분히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는데 관심을 가지는 습관, 그리고 표현하는 습관이 안되어서 관계를 잘 못 맺고 지낸 건 아닌가 싶네요.



    형이 한자로 쓴 글은 못 읽어서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여인불경심상정 위공무사몽역한(與人不競心常靜 爲公無事夢亦閑)

    “사람과 더불 경쟁하지 않으니 마음이 항상 고요하고, 공적인 일을 위해서는 사사로움이 없으니 꿈에도 한가롭다” 뒤에 한 소절이 더 있네요.



    저도 집에 가서(지금은 컴퓨터실) 잠시 촛불켜고 저 구절을 되뇌이며, 마음을 가라앉혀봐야겠어요. 하핫.



    올해는 사모님과 결혼식을 올리시겠네요? 날짜 정해지면, 연락주세요.^^

    그럼, 형도 사모님과 행복한 나날 보내시길 바래요.

    애니메이션 마무리도 잘하시구요. <사랑은 단백질> 완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새해 복 많이 짓고 많이 받으세요. (짓고 받는다는 표현, 형 블로그 통해서 처음 알았는데 정말 맞는 말인 거 같아요. 지어야 받는다... 사랑도 주어야 받는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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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왕도비정도 - 2008/01/01 04:30
    연륜이랄 것 까지는 없고... 어떻게 살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러다가 스스로 다짐도 하고 반성도 하면서 사는 거지.



    무언가를 이루고 난 다음에 다른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상(相)이 아닌가 싶다. 멀티적 인간이 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함께 진행하고 사는 것, 사실 나도 요즘 꽤 많이 잊고 사는 방식이다. 예전엔 참 열정적으로 살았던 것 같은데..ㅎ 스스로에게 테두리를 치고 수행자처럼 사는 것, 좋은 일이다. 다만, 그 테두리가 자꾸 굳어져서 자신을 옭아매는지 아니면 그 테두리 자체가 유기적으로 변하면서 자신에게 자유로운 틀을 마련하는지 살펴봐야겠지. 자신이 정해놓은 말로 인해 스스로는 발전하고 커가는데도 자꾸 그 말에 얽매이는 경우도 있더라. 나를 보면. :)



    맞아, 그 한문 글귀는 뒷 말도 있는 거였는데 공적인 일까지 운운하긴 좀 그렇고 해서 앞 귀절만.^^ 나도 어디에선가 저 글귀를 보고 늘 마음에 두고 살았었는데...자주 잊게 되네. 경쟁은 자기 자신하고만 경쟁하고 남들과의 경쟁은 협력, 합력으로 서로를 살려내는 경쟁을 해야겠지. 그게 안되니 서로 잡아먹으려고 안달이지 않나.



    아, 그리고 사모님이란 말은 사절이야. 넌 나를 형이라고 부르면서 '형수'라는 말을 써야지. 한국사람들이 호칭에 대해 참 어려워하는데 다 어른들이 이상하게 버릇을 들인 탓 같아. 앞으론 '형수'라고 해라.ㅎㅎ



    <사랑은 단백질>은 지금 CGLAND라고 하는 잡지에서 '애니메이션 제작기'를 연재하고 있다. 지금 5회차까지 나왔나? 앞으로 2회차 정도 더 하면 연재는 끝날 듯. 작품은 3월 말까지 완성하면 되지만 1월 말이나 2월 말까지는 완성될 듯. 후속작 기획이 바쁘지 뭐. :)



    새해 복 많이 짓고! 받자꾸나! :) 사랑도 그렇지.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라는 노래도 있잖아. give and take라는 말이 정 떨어지는 삭막한 말이 아니라 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말이야. 오히려 정을 더 두텁게 하고 오래가게 해줄 수 있는... 복을 받으려고만 하면 쓰나. 복을 지어야 그만큼 받는 거지. :) 올 한해 열심히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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