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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남쪽의 도로에서 북쪽의 언덕 뒤로 기울어갈 때
바람은 매섭게 옷 속을 비집고 들어와 괜시레 코를 싸하게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담벼락보다도 낮은 녹슨 철조망과
내가 나고 자란 고향으로 가는 도로보다도 짧은 철교 건너편엔
분명히 사람이 살 텐데...살 텐데...
남쪽에선 너무 흔해 발에 채이는 사람의 그림자가 쉬이 발견되질 않는다.
그렇게 60년을 얼굴 맞대고 등 돌려 앉은 기이한 자세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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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보다 못한 인간이란 말을 푸른 빛에 보석처럼 박힌 철새 떼를 보며 떠올렸다.
난 숨가쁘게 달려도 갈 수 없는 지척의 땅을 저들은 날개짓 두어 번으로 넘어가 버렸다.
짐작으로조차 헤아릴 수 없는 지난 날인데 철망 너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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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비바람을 맞고 서있는, 누가 언제 다녀갔는지도 모르는 때묻은 리본마다
구구절절 애타들는 사연이 철망에 끈질기도록 애처롭게 매달려 있고
리본들마저 남쪽을 향해 걸려있어 새겨진 이산의 아픔조차 북쪽을 향해 등돌리고 섰다.
모른 척 우-하고 넘어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데
이념으로 돌려진 등은 60년의 세월동안 투명한 장벽이 되었고 남북의 하늘을 갈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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