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8일 월요일

대한민국 경제의 실체 - 재계 사면·복권 청원 78명 리스트를 보고

이런 걸 두고 '해도해도 너무한다'라고 한다. 처벌사유도 가관이지만 판결내용 역시 고개가 갸웃거려질 만큼 그다지 혹독하지도 않은데 모조리 사면,복권 청원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한 말도 가관이다. '2008년 광복절 특별사면 미반영 기업인'과 '신규 청원 대상 기업인'으로 분류해 사면 청원했단다.

 

기업인은 재판결과에 따라 징역을 살면 국가에 큰 손실이며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걸까. 2008년 광복절 특별사면 때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등 74명이 사면 또는 복권되었다고 한다. 그 때 끼지 못해서 이번에 신규로 청원한 사람이 31명이다. 그 때 미반영된 기업인은 46명이다.

 

총 76명의 범법자들을 풀어달라고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개단체가 정부에 건의한 거다. 이유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경제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저렇게 다 해먹고 문제가 있어 징역을 살아야 할 사람들이 풀려나와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이미 없어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도 포함되었단다. 이미 해체된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도 있단다. 재판 도중 해외로 출국 후 귀국을 거부하고 있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도 있단다.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삼성 불법 경원권 승계 관련자 모두 역시 대상에 포함되어 있단다.

 

사면, 복권을 신청한 자나 이들과 소통하는 자들은 얼굴이 두껍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대한민국 국민을 X으로 알고 있는 걸까. 가만, 이들이 모두 사면, 복권되길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도 적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데 재계의 거물들을 잡아두는 걸 못마땅해하는 사람들, 분명히 있을 거다.

 

아직 결정된 일도 아닌데 호들갑일까. 하지만 이런 내용들을 보도하고 비판하며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은근슬쩍 사면, 복권해버릴 가능성은 농후하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다. 아무리 지적하고 비판해도 사람들은 금새 잊는다. 대중 다수는 그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도 관심없다. 경제만 살리면 된다. 자신의 경제와는 수 억 광년이 떨어져 있어도 대한민국의 경제는 곧 자신의 경제라고 생각한다. 경제를 살리는 것이 곧 '정도(正道)'다. 사람들은 '삼성 X파일' 사건이 있건 말건, 그들이 '투명경영 약속'을 지키건 말건 사실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그들이 어떻게 해먹었는지, 세금은 어떻게 포탈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을 것 같긴 하다.

 

슬픈 대한민국이다.

 

아래의 표에 적힌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의 이름표를 보면 '대한민국의 경제'라는 게 참 볼품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을 비호하고 이들과 소통하는 사람들이 이들과 함께 사회의 지도층이랍시고 국가의 중심, 경제의 핵심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꼴이라니... 한숨이 깊어지고 시름은 길어진다.

 

» 경제 5단체가 청원한 사면·복권 대상 기업인(78명)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via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6395.html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정의가 곧 경쟁력이다
    칠성급 호텔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며 두바이 열풍이 한창일 때가 있었다. 당시 나는 홀로 두바이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 예견했다. 그리고 얼마 전 두바이 모라토리엄 소식을 들었다. 두바이가 안될 줄 어떻게 알았냐고? 별거 아니다. 순리에 맞지 않아 보였기 때문. 개혁 의지는 높이 산다. 오일 머니 투자해서 뭔가 만들어보겠다는 시도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방법이 별로였다. 사실 사막위에 칠성급 호텔을 짓는것 자체자 상당히 인위적이다. 이 시대는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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