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IRIS와 24, 카메라의 다른 시선.

 24

 

IRIS

 

<아이리스>를 보면서 <24>가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른 드라마, 영화들의 흔적들도 보이지만 영상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24>가 가장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기 때문에 무척 아쉬웠던 부분은 <아이리스>의 카메라 움직임이었다. (<아이리스> 예고편은 그나마 나은 편)

 

이야기가 산으로 올라가던 땅으로 거꾸러지는 건 논외로 하고 <아이리스>의 카메라는 너무 정신없이 흔들어대기만 했다. 사실 <24>나 <아이리스>가  핸드헬드로 촬영된 건 같은데 <24>의 경우엔 카메라의 무빙, 쉐이킹, 줌인/아웃과 편집시 화면분할이 비교적 주관적 시각과 객관적 시각을 철저히 분리하고 이야기 전달의 효과를 위해 활용된 게 확실히 느껴지는 반면 <아이리스>의 카메라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처럼 화면의 불필요한 구석을 헤집고 다니고 등장인물들의 감정흐름을 방해하는데 적극적 역할을 했다.

 

핸드헬드 기법이 전면적으로 사용되었던 영화가 <쉬리>가 아닐까 싶다. <쉬리>는 마이클 만 감독,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주연의 <히트>를 모방했지만 한국영화사상 새로운 시도-도심 총격전, 핸드헬드 촬영기법 등-라며 찬사를 받기도 했다. 물론 <쉬리> 역시 부족한 특수효과, 물량 등을 감추기 위해 카메라를 조금 더 격하게 흔들어 댄 측면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적어도 필요할 때 흔들고 필요하지 않을 땐 가만히 두는 안전한 방식을 택했다.

 

또 이창동 감독이 <오아시스>를 촬영할 때 영화 전반에 걸쳐 핸드헬드 촬영기법을 사용했는데 당시 카메라 감독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호흡의 안정감이 없으면 카메라가 심하게 요동치기 때문에 호흡을 조절해야 했고 모든 장면에서 핸드헬드를 사용하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카메라가 조금이라도 더 흔들리거나 덜 흔들리면 이창동 감독의 NG사인을 받아야 했으니 핸드헬드가 감독의 의도대로 나오기가 그다지 쉬운 게 아니라는 소리다.

 

반면, <아이리스>는 주인공의 심리가 어떻든, 극의 흐름이 어떻든 줌인/아웃을 남발하며 카메라가 스스로 긴장감을 조성하려고 했다. 게다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거리거나 움직이면서 배우들의 디테일(이 있건 말건)을 다 카메라 워킹에 묻히게 해버렸다. 사실, 핸드헬드가 쉽게 생각하면 카메라를 들고 흔들면 그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흔들어대는 정도가 심할 경우엔 감독의 의도와 별개로, 카메라 감독의 의도와 별개로 카메라 스스로가 화면을 장악하거나 헤집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 결과 긴장감을 불러오게 하는 씬과 가장 긴잠감이 고조되어야 할 씬의 구별이 사라지면서, 씬과 씬의 유기적 연결, 호흡, 리듬이 다 흐트러지고 말았고 화면은 마치 망망대해를 떠도는 부표처럼 방향을 잃은 채 허공에 뜨고 말았다. 드라마에서 서스펜스를 주기 위해 핸드헬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 박수를 받을 만 한데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해 아쉽다.

 

새로운 영상표현방법을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잘 된 드라마, 영화들의 표현방법을 차용하고 모방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쉬리>를 보고 <히트> 따라쟁이라고 욕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쉬리> 이후에 한국영화의 다양한 영상기법이 시도되고 창조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리스>가 투자한 금액에 비하면 카메라 기법이 너무도 안쓰러운 상황인 듯 해서, 혹여 <아이리스2>를 제작하게 된다면 드라마를 보면서 눈과 정신이 어지럽지 않으면서 충분히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카메라의 유려한 움직임만으로도 드라마의 감정과 이야기를 읽을 수 있도록 신경을 쓰면 어떨까 싶다. 다른 드라마, 영화를 무수히 모방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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