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1일 일요일

[mov] 忘不了 - 잊을 수가 없어요.

잊을 수가 없어서...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 맺은 관계들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 것일까. 만약 잊혀진 듯 하다가도 어떤 계기로 인해 생각이 다시 난다면 그건 잊혀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특히 진정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이라던가 운명을 달리하는 경우라면 그게 그리 쉽게 잊혀질까. 잊혀지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

소혜(장백지)는 중형버스를 운전하는 한 남자를 알게 되어 사랑에 빠진다. 남자는 아이가 있는 이혼남이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남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죽게 된다. 집에서는 아이를 남자 부모에게 넘겨주고 새로운 삶을 살길 원하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힘든 생활들의 연속. 그 때 대휘(유청운)가 소혜를 물심양면으로 덤덤하게 도와준다. 대휘는 소혜의 죽은 남자친구의 같은 회사 동료.

대휘의 모습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뭐랄까 처음엔 연민이었고 동정이었을지라도 표시나지 않게 그리고 상대방의 기분도 상하지 않게 아주 쿨하게 도움을 준다. 물론 큰 일을 당한 소혜에게 흑심을 품고 다가갈 남자가 얼마나 되겠냐마는...

소혜는 남자친구가 몰던 중형버스를 새 차처럼 수리를 해서 직접 버스기사로 나선다. 이런저런 힘든 경우를 당하는 것은 당연지사. 먹고 살기 위해 아들(소혜의 자식도 아닌...)의 뒷바라지도 조금 소홀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죽은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음성사서함에 부재중을 알리는 남자친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소혜는 억척스럽기도 하고 연약하기도 하고 세상물정 모르고 순박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소혜의 부모가 잠깐 세 씬 정도 등장을 하는데 그렇게 큰 비중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모란 저런 모습이라는 걸 잘 드러내 준다. 걱정하지만 자식을 믿고 기다려주는... 늘 그 자리에 있는 듯한 모습.

사실, 대휘도 과거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다. 돈 벌어서 버스 4대까지 거느리던 사람이 도박, 술, 담배로 인생을 대충 산다. 도박 빚으로 버스도 다 잃고 겨우 한 대를 가지고 살아가고 부인과 아들은 그런 대휘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간다. 소혜를 도와주던 대휘는 그런 자신의 과거와 현재 소혜와의 관계 속에서 고민을 한다.

결국 둘은 몰던 버스를 팔아치움으로써 자신의 잊기 힘들었던 과거들을 청산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지만 아마도 과거의 상처들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굳이 잊으려고 하지 않아도 동반자와 함께 그런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함께 사랑하고 산다면 상처는 새로운 살로 돋아나고 새로운 삶의 힘이 되지 않겠나 싶다.

소혜는 대휘와 함께 잠자리를 하기 위해 찾아오지만 대휘는 전 부인에게 걸려 온 음성메시지를 들려주면서 자신의 과거를 솔직히 다 말을 한다. 자신은 좋은 남자도 아니고 좋은 남편도 아니라면서... 어쩌면 어떤 일이건 새롭게 시작을 하기 위해선 지난 일들에 대한 솔직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하고
그런 마음들을 함께 하고자 하는 상대에게 얘기를 한 후에야 새로운 시작은 가능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상대를 속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므로.

감성이 예민해져 있는 탓일까...아니면 나도 어떤 생각들이 떠올라서 였을까... 보다가 마음이 싸해지기도 하고 슬쩍 감동(?)도 받고...따뜻해지기도 하고.


- 얼마 전에 홍콩에서 영화제를 했는데 이 영화가 음악상을 받았다.   그러고보니 다른 영화에 비해서 음악이 참 많이 쓰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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