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3일 화요일

[mov] -ing

하와이에 같이 가자구~!!!


감독 :: 이언희
주연 :: 이미숙(미숙), 임수정(민아), 김래원(영재), 김인문, 김지영

어렸을 때 시한부 인생이라면...하고 생각한 적도 많았고 곧 죽게 된다면 뭘할까 생각해 본 적도 많았다.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들이 들어지긴 하지만 예전보단 감성적으로 생각하지 않아 두려움이 먼저 생기고 삶의 아쉬움부터 챙겨지게 된다. 어쨌거나 세상을 떠나야 할 날짜를 받아놓고 산다는 것은 당사자나 남아야 할 사람이나 떠날 사람이 숨 붙어있는 동안에도 힘겨울 거라는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였는지, 중학교 때였는지 좀 가물하긴 하지만 '20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일기가 컴퓨터 통신에 돌아다녔었다. 그 때 그걸 밤에 혼자 읽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에서 민아는 '20살까지만...'의 주인공과는 달리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되긴 하지만 엄마인 미숙은 시종일관 알고 있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역시 죽음을 앞둔 사람의 삶에 대한 고정관념은 참 힘겹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이 영화는 힘겹고 고통스러움이 승화되면서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인해 아프지만 담백한 관계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내가 느끼기엔 좀 독특한 면들이 있다. 민아의 캐릭터도 요즘 고등학생의 감수성인지 좀 더 쿨한 성격인지는 몰라도 매력있다. 특히 미숙의 캐릭터는 이미숙이 아니면 표현해내지 못할 그런 느낌을 준다. 아픈 속내를 숨기는 담담함,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 표정들... 그에 비해 영재는 '옥탑방 고양이'에서의 김래원을 변주한 느낌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느낌에 배우들의 연기가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민아와 영재의 관계가 발전되는 과정은 군더더기 없이 상큼한 느낌을 준다. 사랑은 쿨하고 지켜야 할 선이 있을 수록 아름다워 보이나? 솔직한 듯 하면서도 각자의 속내는 있고 드러낼 수록 산뜻한 느낌을 주는 관계들... 미숙과 영재의 모종의 거래는 사실 살짝 놀랄정도의 반전이기도 했지만 미숙의 말처럼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지극히 이기적인 행위였다고 이해해달라는 말에서 미숙의 말에 나도 이해를 해버렸다.
떠나보낼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 그걸 이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떠날 당사자는 받아들여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
사랑은 사랑대로 남고 남은 이들의 삶은 삶대로 살아지니
어쨌든 세상 모든 관계는 -ing형임엔 틀림없다.
과거에 너무 매이지도 말고 미래에 대한 환상을
너무 부풀리지도 않게 지금 현실에 충실히 사랑하고 사는 삶...
그게 쿨하고 멋있다.

손가락이 세 개 뿐이라는 설정에서 왜 세개일까 계속 의문을 가졌고
만약 미숙의 가정이 부유하지 못했더라면 어떤 삶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도 가졌다.


- 김인문김지영은 등장해서 몇 마디 대사를 하고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전체적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넘어서지 않는 웃음을 주는 힘이 있다.   (늘 같은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같은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 이 영화 이후에 거북이를 사서 키우려고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 민아가 "쌕 사고 싶어"라고 한 말을 영재가 "섹스하고 싶어"라고 듣고
저질이라고 핀잔을 듣는 데 그렇게 들은 나도 그럼 저질인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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