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4일 토요일

[mov]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감독 :: 세르지오 레오네
주연 :: 로버트 드 니로(누들스), 제임스 우즈(맥스), 엘리자베스 맥거번(데보라), 트리트 윌리엄스(제임스 콘웨이), 튜스데이 웰드(캐롤)


도대체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227분에 달하는 살인적인 러닝타임을 그냥 한숨에 달려 보고 나서는 머릿속에 한 개인의 삶 전체가, 한 나라의 약 50여 년에 걸친 역사가 빼곡히 들어선 느낌이다. 예전에도 본 적이 있지만 대부분 TV에서 해줄 때 슬쩍슬쩍 봐서 첫 도입부분과 마지막 결말 부분만 기억이 나는 정도였기에 정식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누들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어린시절, 청년시절, 노년시절의 사랑, 우정, 배신, 회한, 용서 등의 사건과 감정의 흐름은 한 번에 받아들이기에는 벅찬 느낌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비록 국적은 다를지라도 말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면면에는 국적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어린시절의 기억은(사건은) 평생을 두고도 잘 잊혀지지 않는 족쇄같은 것일까.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가물가물하더라도 어릴 때 받았던 영향은 내 온 몸 세포 가득 들어차 내 삶의 원천이 되거나 말하고 행동하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 나를 잘 알고 싶다면 지난 내 삶을 고개돌려 직시해야 하지 않겠나. 어린시절 뿐 아니라 바로 어제의 일까지도 오늘의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내일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과거로의 여행은 부닥치기 싫은 기억조차도 덤덤하게 바라보며 보듬어 안아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지금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마치 누들스의 마지막 웃음같은...

영화를 보며 몇 가지에 놀랐다. 어린 시절 배우들의 모습이 성장하고 난 후의 배우들의 모습과 너무도 많이 닮았다는 것... 특히 데보라(어린 데보라-제니퍼 코넬리가 '로켓티어','헐크','뷰티풀 마인드'에 나왔던 이라고 나중에 알게 되었다.)의 경우 더욱 그렇다. 감독이 성인이 된 데보라-엘리자베스 맥거번과 닮아서 캐스팅했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게다가 로버트 드 니로의 주름잡힌 모습은 지금의 거의 60이 다 된 그의 모습과도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또 하나는 당시의 미국의 상황, 배경을 잘 모르지만 아주 사실처럼 묘사했다고 느껴졌다. 미장센이 아주 탁월하지 않나 싶다.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를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볼 수 있었고 역동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음악(엔리오 모리꼬네)은 영화 내내 기억을 죄였다 풀었다 하는 기능을 하기도 하고 그들의 느낌을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DVD 중간에 휴식시간까지 표기될 정도로 아주 장편의 영화였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꼽는 이유도 공감할 수 있었다.

영화 도입부분에서 긴 시간동안 끊이지 않는 전화벨 소리는 영화적 언어로써 아주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전화벨은 사람을 긴장시키거나 불안함을 야기하는 도구로써 많이 사용되어 왔는데 이 영화는 그 효과의 절정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간혹 보여지는 장면전환은 너무 탁월하다. 이 영화가 어쩌면 영화 편집이나 미장센, 음악, 효과 등에서 교과서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에 맥스가 누들스에게 시계를 꺼내 시간을 말하는 장면은 그 시시각각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지금의 내가 있고 예전의 나도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그래서 긴 시간동안을 지금 존재하고 있는 시간 속에 묶어둠과 동시에 풀어주는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Once upon a time in Korea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면...하고 잠깐 생각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