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22일 일요일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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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상해 측과 상의를 해서 부스 설치에 필요한 장비들을 대여하기로 했다.
컴퓨터, 프로젝터, 스크린 등...
그런데 통화하면서 상해 측 담당자들의 실망(?)스런 모습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상해 측은 조직위원회가 10명도 채 안되는 인원으로 구성되어 행사를 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 그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바쁜 게 핑계는 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과 M.O.U까지 체결한 상태고
소위 한국 측도 상해 측의 초청을 받아서 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본인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해결할 방법들을 소개해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꾸 서로에게 일을 떠넘기려는 모습도 보았고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본다.
내가 중국어를 할 줄 알았다는 게
어쩌면 그들에게는 좀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요소였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어를 하니 내가 상해에서 렌탈 업체를 찾아내고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중국어를 하는 게 장점이 되는 건 확실한데 이럴 경우엔 좀 단점이 되는군...
 
나도 상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고 있다가
겨우 인터넷을 통해서 렌탈업체를 찾아내고 전화를 해서 장비를 구하게 되었다.
렌탈업체를 찾아내기 전까지 거의 몇 시간 동안을 컴퓨터 상가(서울 용산과 같은...)에 가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고 헤매고 다녔다.
물론 더 빨리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못한 건 바보스러웠지만
상해 조직위원회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한 방법을 일러주지도 않았고
그저 일의 전부를 나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상이었다.
하긴 한국에 있었더라면 가장 먼저 인터넷을 통해 회사를 알아보고 접촉을 했을텐데...
 
나도 참 바보같군.
 
상해 사람들 말만 믿고 렌탈업체 찾기가 힘들거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들에게만 의존(?)했던 내 잘못도 상당하다. 인정!
 
2.
렌탈업체를 찾아내고서야 전시장으로 가서 부스를 꾸미기 시작했다.
역시 가져온 물건들은 많아 보였지만 설치를 끝내고 나니 소박한 모습.
렌탈업체에서 노트북이 준비가 늦게 된다고 해서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행사장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시카프 행사도 그랬겠지만 이곳 상해는 조직위 담당자들도 적을 뿐더러
거의 단발성으로 선발된 요원들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듯 하다.
어느 누구도 나서서 책임을 지는 담당자는 극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부스 설치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데 말이지...
저렇게 행사를 끝내고 나면 모두들 지칠테고
행사 메뉴얼을 만들 생각은 하지도 못할테고 일단 끝났다는 결과에만 만족하게 되겠지...
좀 더 조직적으로 되지 못하는 건 시카프를 비롯해
특히 상해의 경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기도 하겠지만
일을 하는 사람들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행사장은 시카프보다 큰 느낌(이었지만 전시팀장 말로는 시카프보다 작다고 함)이었지만
기획부스가 적은 관계로 행사장에 부스들이 밀집되어있고
시카프처럼 어떤 통로의 흐름이나 여유들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코스프레 무대나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무대들은 괜찮아 보인다.
오늘은 부스를 설치하는 사람들, 관계자들 밤을 하얗게 새우고
다시 까맣게 태워도 부족할 듯 보인다.
게다가 내일 오전 8시 30분에 개막식을 한다는 데...
게다가 어제부터 소나기에 하루종일 끊이지 않는 가랑비 등에 힘입어
행사 개막을 어떻게 할지 걱정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닌가?-_-;
 
3.
저녁에 식사를 하러 갔는데 식당을 찾기가 힘들다.
장춘이라면 괜찮을 일들이 상해에 오니 참 번거롭다. 상해 사람이 아니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사람들에게 식당이 어딨냐고 물으면 다들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외국인으로 보이지 않아서 그렇게 물어보는 게 이상하게 보는 것인지
식당을 찾는 게 이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겨우 찾아간 식당...
몇 가지 요리를 시키고 모두들 맛은 괜찮다고 하니 슬쩍 부담도 덜어진다.
그런데 밥 값이 꽤 나온다.
물수건 값도 받고 접시 갈아주는 값도 받으니 미리 말해주지 않은 게 약오르긴 하지만
음식 하나를 시킬 때 계산을 잘못했다.
그램 수로 계산을 하는 것을 그냥 액면가로 보고 시켰으니 많이 나올 수 밖에...
어쩐지 요리가 좀 비싸게 보이더라.
 
식사가 좀 늦어 저녁에 만날 렌탈업체 직원의 약속도 늦어졌지만
불평하지 않고 늦게 호텔로 찾아와줬다.
그들 앞에서는 노트북으로 DVD를 구동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그들이 돌아간 후에 동영상을 컴퓨터로 복사를 한 후 돌려보니 계속 에러가 생긴다.
한참을 헤매다가 다다른 결과는 램의 부족, VGA카드의 성능 부족 등이었다.
렌탈을 할 때 그 정도도 다 알아보고 했어야 했는데 한국과 비슷한 느낌으로만 있었으니...
 
여긴 중!국!인데 말이지...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은 맞나 보다.
한국에서 살던 습관이 1년만에 변할 리가 있나.
모든 게 한국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
그것으로 중국을 지레짐작하거나 판단하는 오류들이 발생하고 있다.
 
내일 다시 렌탈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행사 개막식이 오전 8시 30분(정말 빠른 거 아닌가?
허나, 중국 사람들은 아침에 정말 일찍 일어나기도 한다.)이다.
우리들은 한국인. 내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 준비해야 할 일들이 서로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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