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6일 일요일

상해에 오다.

상해에 왔다. 8월에 온 후로 처음이니 4개월 만이다. 원래 장춘에만 들어가서 나머지 짐을 정리해 한국으로 완전 철수를 할 생각이었는데 상해에 볼 일이 생겨 겸사겸사 들어왔다.

중국어에 자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간단한 중국어에 주눅이 들 정도는 아니니 상해에 도착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도착한 오늘,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요 며칠 상해는 무척 추웠다고 하는데 한국의 겨울 날씨로 치면 좀 서늘한 냉기가 드는 정도랄까? 공기가 습하고 바람이 좀 불면 꽤 서늘하긴 하다. 낮에는 상해 온도가 영상 17도였다고 하는데 밤이 되니 온도가 꽤 많이 떨어진다. 듣자하니 지금 장춘은 영하 28도까지 내려갔다는데...이걸 무척 추운 날씨로 생각하다니...역시 상해는 상해다.

오자마자 아는 분들에게 전화를 하고 소식을 전했다. 주홍수, 조승현 감독님은 여전히 바쁘게 작업 준비와 진행을 하고 계시고 김호는 휴일인데도 집에서 번역 일을 애써 하고 있다. 창광시 감독님께 전화를 걸었더니 너무도 반갑게 맞아주신다. 내일 쑤조우로 갈 일이 있으시다 해서 저녁에 만났다. 오늘만큼은 내가 식사 대접을 하려 했는데 상해에 온 손님에게 그럴 수 없다며 감독님이 사신다.

앉아서 한국, 중국의 애니메이션 상황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지금 내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의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을 드렸다. 감독님의 부인 건강이 좋지 않아 요즘 옆에서 보살피고 함께 돌아다닌다는 얘기부터 29살의 하나 밖에 없는 딸의 근황까지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한,중 양국의 애니메이션 상황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 꽃을 피웠다.

언제 뵈어도 겸손하시고 유쾌하시고 표정이 따뜻하신 감독님을 뵙고 있노라니 내 마음도 한결 편해짐을 느낀다. 자기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을 하라는 말씀도 빼놓지 않으신다. 하지만 내가 능력이 되면 감독님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난다. 기분 좋은 저녁 한 때.

감독님을 만나기 전에 시간이 좀 남아 근처 디비디 상점에 가서 몇 장의 디비디를 구입했다. 한장에 장춘보다 2원 비싼 8원. 내가 일본 애니메이션 쪽을 고르고 한국 영화는 거들떠도 안보니 직원이 내가 일본인인줄 알았다고 한다.-_-; 장춘 단골집에서 살 요량으로 몇 장만 구입했다. 저녁에 시간이 되면 일도 할 겸 디비디를 좀 봐야겠다.

오늘은 조승현 감독님 댁에서 하루 밤 신세지기로 했다. 그런데 고맙게도 김호도 내가 불편할까봐 동생인 자기 집에 와서 묵으라고 몇 번 전화를 준다. 고마운 녀석.

상해에서의 밤은 깊어가고 낯설지 않은 중국에서의 느낌이 묘한 느낌을 준다. 언어가 더 늘고 귀가 더 트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중국관련 일들이 더 많아져서 자주 왕래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일은 장국강, 정대파 선생을 만나 일 처리를 하고 비행기표를 예매해 장춘으로 떠나야 한다. 아쉬운 상해에서의 짧은 시간.

아까 창광시 감독님과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들리던 "丁香花" 노래가 이상하리만치 내가 타국의 이방인이란 느낌을 부추기더니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해진다. 그런데 난 이런 "이방인" 느낌이 참 좋다.

댓글 2개:

  1. 언제 갔냐? 말도 않하고... 무심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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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무심한 게 아니고...중국 간다고 말했었을텐데?-_-;

    메신저에서 만날 수가 없었으니 말 못한거고...치~ 넘하군...



    짐 정리해서 다시 들어간다.

    상해갔다가 지금 장춘이고...한 이틀 짐 정리해서 한국으로 갈겨...

    장춘 무쟈게 춥다. 영하 22도, 28도랜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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