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20일 월요일

강하게(?) 살아남기.

어제 경기도 연천군 중면 최전방 GP에서 김아무개 일병이 동료장병들에게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해서 장병 8명이 죽는 참사가 발생했단다. 참 충격일 따름이다. 여기저기 속속들이 올라오는 기사를 읽고 있노라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내 마음을 더 답답하게 하는 건 그 기사에 대한 답글들이다. 인터넷에서 답글 내용의 무모함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지만 여전히 답답하다.

답글의 많은 내용들이 사고를 낸 김아무개 일병에 대한 성토인데 주류를 이루는 내용은 '나약하다', '그 정도도 못견뎌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겠느냐', '폭력, 구타도 아니고 욕설때문에 그랬다니 황당하다', ' 얼차려를 겪어보지 못해 정신이 해이해진 결과다' 등등이다. 뭐랄까.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지간한 욕설은 달콤한 속삭임 정도로 넘겨야 하고 어지간한 폭력은 모기에게 물린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뉘앙스들... 그러고보면 한국사회는 참 살기 어렵고 고단한 나라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모든 국민들은 어떠한 서바이벌 게임에서도 살아남을 정도의 강인한 정신력과 신체를 갖도록 교육받고 강요받아온 게 아닌가 싶다.

분명 사고를 낸 김일병은 분명 처벌되어야 한다. 그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다. 지금 사건에 대한 의문점들이 많지만 김일병이 저지른 게 확실하다면 그는 평생을 두고도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의 인생 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의 마음도 인생도 함께 죽이는 것이고 그와 관련한 인연들의 삶 또한 죽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김일병은 그렇다 치고 이 사건을 보며 한국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강인한 신체와 강인한 마음 정도는 기본으로 갖춰져야 한다면서 이 사회에 만연해있는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눈가리고 아웅하는 듯한 행위들은 도대체 뭔가. 문제시되는 폭력의 수위가 과거보다 많이 낮아진 듯 하지만 여전히 평균치(이상) 정도의 폭력 수위를 가지고 그걸 견뎌내지 못하면 이 사회의 낙오자가 되고 못난 사람이 되어버린다. 무섭다. 정치인들은 이게 안보의식의 부재때문에 그렇다고 하고 이 기회에 국방장관 및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 안달이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려 해결하는 사람이 절실할 때다.

폭력을 비판하면서 내가 또다른 폭력의 편에 서지 않기를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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