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7일 화요일

무지개.


민섭이가 부른다. 삼촌 여기 무지개요. 무지개가 있어요. 물보라가 계속 생기니 무지개가 있을 법도 하겠다 싶어 굼뜬 동작으로 조카가 가르키는 곳을 봤다. 아~ 쏟아지는 햇살에 잘게 부서지는 물방울 사이로 색깔들이 다리를 놓았다. 나른한 기분과 아련한 느낌이 함께 밀려오고 무지개에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무지개를 본지도 꽤 오래되었지만 평소엔 눈에 보이지 않다가 햇살의 반사각과 물 포말의 움직임에 따라 생기는 무지개가 많은 소설, 동화에 나왔던 것처럼 정말 꿈(이상)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기껏해야 카메라에 담아오는 것 밖엔 할 수 없지만... 내가 꾸는 꿈도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을까 몰라...



그리 높지 않게 쏘아올려지는 물줄기는 최고 정점에 다다르면 산산히 부서지는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곤 한다. 더운 날 시원한 느낌을 받는데 왜 시원한 느낌이 들까. 내 머리 속에 주입되어 온 물은 차갑다. 시원하다의 이미지가 강한 탓일까? 더운 날씨가 정말 이 물줄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시원해진 탓일까? 부서지는 물방울은 다시 아래로 떨어져 땅으로 스며들고 하늘로 날아가고 하나로 합쳐지고 그러겠지. 조각나 흩어지는 물방울 사이로 보고 싶은 이 얼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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