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4일 토요일

공동으로 키워낸 괴물 MB

(중략)...문제는 이것입니다. 한나라당 대신에 민주당이 다시 권좌를 차지한다 해도, 그 민주당의 보수성도 바뀐 게 하나도 없지만 이 사회의 "주류" 집단들의 수준도 전혀 향상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만의 하나에 진정한 의미의 "진보" 세력 (즉, 사회주의적, 사민주의적 세력)들은 권력을 잡는다면 사회 분위기가 워낙 크게 일신되기에 사법부나 대학가들도 압력을 받아 차츰 바뀌겠지만, 지금 이 나라에서 "대중적인 진보정당", 즉 철지난 통일지상주의나 노조 관료들과의 유착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러면서도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그런 진보정당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중략)..."보수주의자 A"대신에 '보수주의자 B"가 올 경우에는, 북한을 자극시키고 미네르바를 감옥에 보내는 미친 짓을 그만두더라도 거기부터 거기까지일 걸요... 여전히 희망이 없는 사회일 것입니다.

박노자 - MB만 없어지면 우리가 과연 행복해질까? 중 발췌

사회전반의 패러다임이 뒤집혀서 (긍정적으로) 바뀌려면 적어도 두 세대 쯤은 지나야 하지 않을까. 50-60년대를 살아오신 분들은 전쟁을 겪고 군부독재를 겪으며 자유의지와는 상관없이 보수화가 되었고 70-80년대를 살아오며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실현(할 뻔)한 분들은 자본주의의 거센 물결 앞에 무릎을 꺾고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의 선봉에 서 있는데 그 분들의 자녀들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10대, 20대, 30대가 아닌가.

젊은 층의 보수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는 내 부모님 세대, 그 아래 세대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경쟁에서 이기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해야 하며 그 모든 것의 첩경에 있는 것이 돈(자본)이라는 사실을 온 몸으로 깨달아버린 상황에서는 그 어떤 가치도 쉽게 수면으로 떠올릴 수 없을 뿐더러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위협하는 모든 것들을 적대화하는 지경까지 와버린 것이다.

지금 모든 문제의 원흉을 2MB로 설정하고 있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2MB는 우리가 공동으로 키워낸 괴물일 뿐이다. 그 괴물은 우리 안의 또다른 MB를 숙주로 해 탄생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는 총체적 난국인 것이다. 어느 것 하나를 손댄다고 해서 다른 하나가 영향을 받아 함께 개선되는 게 아니라 하나를 개선하려고 해도 다른 하나로 인해 개선의 희망이 꺾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면 이 희망없는 10년, 혹은 20년을 그냥 살아갈 수 밖에 없는가. 세대가 두 번 정도 바뀔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아니면 혁명만이 필요한 것인가.

보수가 나쁜 게 아니라 지금의 비뚤어진 보수를 견제할 건강한 보수나 진보가 없다는 게 문제고 그로 인해 모든 가치가 한 곳으로 과열양상을 보이며 집중되어 있는 게 문제다. 희망없이 살아가느냐, 희망을 만들어보겠는가. 하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그에 따른 판단이 완전히 다르다면 이런 소리조차 뜬구름 잡는 헛소리로 들리겠다.

조소(嘲笑)하던 숨결을 따라 그 밥에 그 나물인 사회가 되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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