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3일 금요일

허영심에서 오는 천재 예찬 - 니체

우리는 스스로를 우수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자신이 라파엘로 그림을 스케치하거나 셰익스피어 극같은 장면을 하나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능력을 지나치게 특별한 것, 아주 희귀한 우연으로 믿거나 종교적으로 신의 은총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예찬을 부추긴다. 왜냐하면 천재를 한낱 기적으로서 우리와는 아주 먼 존재라고 생각할 때만 천재가 우리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중략)...천재도 먼저 주춧돌을 놓고, 그 다음 그 위에 세우는 일을 배우게 되면 부단히 소재를 구하고, 그것을 이리저리 만들어보는 일을 할 뿐이다. 단지 천재의 활동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활동은 놀랄 만큼 복잡하다 :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기적'은 아니다.....(중략)...자신이 질투를 느끼지 않을 만한 곳에서만 천재에 대하여 말하게 된다. 누군가를 '신과 같다'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는 우리가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만들어진 모든 것, 완전한 것은 경탄의 대상이며, 생성 중인 모든 것은 경시된다....(중략) 완성된 표현예술은 생성에 관한 모든 사유를 거부한다....(중략) 실로 예술가를 존중하는 것과 학자를 경시하는 것은 이성의 유아기적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니체전집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I 중 162. 허영심에서 오는 천재 예찬 중.

기적과 천재, 영웅을 만들어내는 사회는 유아기적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허영심으로 가득한 사회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고 누군가를 천재로 만들고 이 사회에 기적을 만들어내는 일들은 군중의 심리를 이용하면 식은 죽 먹기다. 그 속에서 같은 인간과(科)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명확히 구분해 낸다면 군중은 우매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위한 시스템과 인간을 위한 개념이 좀 더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예술과 학술 뿐만이 아닌 경제, 정치, 교육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모든 인간이 함께 가야할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사람들은 몰개성화되고 몰가치화되며 공동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거나 왕따를 시키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노자(老子) 역시 "똑똑한 사람을 존경하지 말고 부자인 사람을 존경하지 말라"고 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의 가치가 그 자체로서 빛을 발하게 되는 걸 심각하게 저해할 뿐더러 사람들을 일렬로 줄을 세워 계급사회를 만드는 폐단을 가져올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우선시하는, 과정보다는 결과가 더 힘을 갖게 되는 사회는 이미 자기 허영심과 사고(思考)하기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역시 그렇다. 용산참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간 이유보다는 '화염병'을 들었다는 이유로 매도당하고 경찰이 어떤 과정으로 진압에 나섰는지 보다는 경찰관의 죽음과 그 수뇌가 사퇴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찰편들기 여론몰이가 한창 진행 중이다. 2MB가 BBK와 의혹이 있건 없건 거짓말을 했건 안 했건 대한민국 검찰의 무혐의 판결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2MB의 정당성을 믿거나 믿고 싶어했고 아이들의 교육을 어떻게 받건 간에 내 아이의 결과만 좋아서 좋은 대학에 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부자영웅이 나오고 주식천재가 나오며 교육천재, 부동산영웅, 스포츠천재, 연예인영웅들이 속출하며 사회는 그들을 향해 환호하고 울부짖으며 그들처럼 될 수 있다고 믿으며 불나방이 되거나 그들처럼 될 수 없다고 믿으며 자포자기하는 일들을 벌어지는 것이다.

알아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인간'따위'가 이뤄낼 리 없는 '기적'과 '천재', '영웅'이 득실대는 세상의 허영을.

(* 니체의 글과 맥락이 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본인이 생각의 가지를 너무 잡다하게 뻗어갔기 때문)

댓글 4개:

  1. @jinn - 2009/02/19 02:12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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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최영진 - 2009/11/15 22:48
    니체의 좋은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죠. 비슷한 것과 새로운 것들을 반추해가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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