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8일 수요일

마음 열리고 싶은 날.



95년? 96년?도에 인도에 갔을 때 부처님이 수행했다던 보리수 나무를 찾아가 정좌했었다.
물론 원래의 보리수 나무는 존재하지 않았고 다른 곳에서 이식을 해온 보리수였지.
 
한 참 정신활동과 마음활동이 왕성하던 때...
 
오늘같은 날, 마음 열려 행복하고 싶다.
 
 
 
* 오늘은 원불교 대각개교절.

2004년 4월 27일 화요일

비행기 표 예매.

남방항공과 아시아나 두 종류 밖에 없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대리예약을 해주는 곳 중에 한 곳은 턱없이 비싸고 한 곳은 괜찮았는데
문득 누군가 유학생증이 있으면 할인티켓은 아시아나 항공이 더 싸다고 한 얘기가 떠올랐다.
택시를 타고 샹그릴라.호텔 아시아나 지점에 갔다.
 
앗! 이럴수가...



30세 이상은 학생증이 있어도 할인이 안된다는 것 아닌가...
좀 당혹스럽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한데 담당 아가씨가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당연하지. 중국어가 서툰데...
사실 비행기표를 좀 싸게 살 목적으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좀 허탈한 마음이 되었다.
남방항공은 학생할인이 된다던데...하긴 나이얘기를 하면 똑같이 적용될지도 모르는 일.
 
그런데 지점장이 오더니 말을 건넨다.
비행기표가 비싸고 할인도 안된다고 겉으론 웃으며 얘기를 하니
잠시 생각하는 척 하더니 유학생이냐고 묻는다.
나이 먹어서 유학온 게 딱해보였을까?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으로 해주겠다고 한다. 오호~
사실 남방도 아시아나도 모두 가격이 한국에서 사는 가격보다 비싸다.
이해가 안된다. 중국에 왔다갔다 하는 한국사람들은 다 돈이 많은 줄 아나보지?
 
어쨌든 원했던 가격(더 싸게는 불가능했기에...)에 구입을 하긴 했다.
 
저녁에 만난 중국친구가
30세 이상이긴 하지만 40세가 넘지 않았다고 슬쩍 놀린다.
30세가 넘어 공부하면 학생이 아니고 뭣이더냐...!!

[mov] Anywhere BUT Here


여기보다 어딘가에 Anywhere but here

감독 :: 웨인 왕
주연 :: 수잔 서랜든(아델), 나탈리 포트만(앤), 레이 베이커

모녀지간이던 부자지간이던 혹은 모자, 부녀지간이던 모두 부모자식간이라는 큰 틀에서는 감정의 흐름과 막힘이 일단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같은 성별의 묶임이 될 경우에는 좀 더 디테일하고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겠지. 자신의 처지를 대조해가며 뒤돌아보며 한 발자욱 더 들어가 생각을 하게 되겠지.

보는 내내 두 사람은 같은 모습이면서 다른 모습이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아델.은 앤.보다 겉으로 보기에는 천방지축이고 자기 멋대로지만 그건 자신이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약해지고 자신도 지탱하기 힘든 삶을 이겨내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앤.은 늘 신중하게 행동하길 원하고 큰 변화에 두려움을 느껴도 내색하지 않지만 그건 자신이 어른으로 대접받고 싶어하는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감추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 느껴졌다. 즉 아델.의 겉모습은 앤.의 속모습과 닮아있고 앤.의 겉모습은 아델.의 속모습과 닮아있다고 느끼면 지나친걸까?

모녀간의 갈등, 전개 뒤에 나름의 해피엔딩은 익숙한 이야기지만 그 흐름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만족한다. 여자가 아니라서 좀 더 밀접한 관계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성장해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모녀가 함께 성장해가는 성장영화. 어쩌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늙어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삶을 돌아보고 미래에 도전하며 이겨내고 나아가면서 평생을 성장해가는 것은 사람의 운명일 것이다. 그게 작은 일이던 큰 일이던 간에.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경험에 익숙해지고 삶에 익숙하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만 그 익숙함으로 인해 도전해 볼만한 일도 미리 판단해서 포기하거나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던가, 그 익숙함이 드러나면서 자신의 고집이 강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문제다. 사춘기 때는 그 나름의 방황과 고민으로 인해 자신의 고집이 강해지고 지레짐작으로 포기하는 일도 잦다. 그러고보면 때론 사춘기 시절 그 어릴적 생각과 행동의 범위가 넓어져서 어른이 되었다는 것 뿐 실수하고 반복되는 삶은 크게 다르지 않나 싶기도 하다.

모녀지간이 부녀지간보다 좀 더 색다르게 보이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는 딸에게 의지도 하고 때론 친구의 감정도 종종 느끼는 것 같다. 여성으로써의 공감대는 나이를 상관하지 않게 되는 힘인가? 이 영화도 역시 그렇다. 또 이 영화에서의 아버지의 역할이라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 있으면 좀 좋고 없어도 그리 불편하지 않은 존재 정도랄까?

...앤.이 영화 오디션 장에 가서 아델.의 흉내를 내는 장면은 약간 작위적인 냄새가 나긴 했지만 감독의 의중은 충분히 이해를 했다. 자식은 부모를 닮아간다는 것. 그 닮아가는 속에서 때론 거부하고 반항하며 때론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해 간다는 것. 그런데 가끔은 서로 닮아가는 건 아닐까?

...LA경찰에 대해 앤.이 호감을 갖게 되는 장면과 마지막에 아델.에게 힘이 되는 장면은 유머스러웠다. 게다가 경찰차에 새겨진 글귀 '도움을 준다'를 보고는 픽~웃음이 나왔다. 감독이 미국생활할 때 경찰에 도움을 받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탈리 포트만의 표정 연기는 참 인상적이었다. 가식적인 웃음 뒤에 굳어지는 표정이라던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들, 환하게 웃을 때는 갈등이 다 해소된 듯한 느낌까지 전달되는 걸 보면서 참 괜찮은 마스크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잔 서랜든이야 말할 나위 없겠지?

...그런데 화가 났을 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정말 화가 가라앉는 것일까?

2004년 4월 24일 토요일

[mov] 那山那人那狗 - 그 산, 그 사람, 그 개 (Postmen in the Mountain)


그 산, 그 사람, 그 개 (那山 那人 那狗 :: postmen in the mountain)

감독 :: 후워지엔치
주연 :: 텅루쥔, 리우예

이 영화 표지를 봐서는 베트남 영화같기도 했고 또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다.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나의 그런 선입견은 완전히 잘못된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완전히 몰입하게 했고 결국 온몸 가득히 영화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늙은 아버지는 '시앙시;湘西'의 우체국 직원이다. 퇴직을 앞두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 하는데 그 시앙시는 온통 산길이며 각 작은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일을 물려주기 어려워서 아들에게 일을 물려주기로 한다. 이 영화는 일을 물려주기 위해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우편배달일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들과 함께 하는 라오얼.이라는 충견이 있는데 이들과 함께 동행을 한다. 여기에서 알수 있다시피 그래서 제목이 '그 산, 그 사람, 그 개'이다.

아버지는 우편 배달하는 산행 내내 아들의 장성함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자신이 청년때 우편 배달했던 일, 아내를 만났던 일, 아이를 낳았던 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일...등 장성한 아들이 듬직하긴 하지만 역시 부모에게는 자식은 여전히 어린 모습일 뿐. 아버지는 아들에게 우편배달할 때 필요한 사항들을 꼼꼼하게 가르쳐 준다. 간혹 라디오를 들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는 아들이 좀 마뜩찮지만 아들의 커다란 뒷모습은 이미 늙고 작아져버린 아버지에겐 또 다른 희망이자 힘이 된다.

강을 건널 때 아버지를 업고 건너는 아들. 그 때 아버지는 지난 날 자신이 아들을 업어줬던 날을 회상하며 상념에 잠긴다. 그러다 문득 아들의 목에 난 제법 큰 상처를 보고 언제 어디에서 상처가 났냐고 묻는다. 그리고 왜 자신은 모르냐고 아들에게 채근하듯 묻는다.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는 아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조금씩 조금씩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며 닮은 모습들이 되어간다.

주로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긴 하지만 간혹 등장하는 인물들에게서도 여러 모습을 보게 되고 그들의 말과 행동, 삶은 아버지와 아들이 마음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가 되기도 한다. 결국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누군가를 둘러싼 환경과 더불어 사는 삶과 함께 이해가 되는 법이다.

이 영화는 아주 빼어난 경관을 보여준다. 산이 봄, 가을의 풍성함 말고 그저 녹색으로 물든 것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걸 이 영화를 통해 느꼈다. 작은 마을들의 정겨운 모습도 그렇고 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며 자연과 인간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정취에 취한 느낌이다.

이들 부자와 함께 산을 오르며 사람들을 만나며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더불어 나 자신도 함께...

[mov]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감독 :: 세르지오 레오네
주연 :: 로버트 드 니로(누들스), 제임스 우즈(맥스), 엘리자베스 맥거번(데보라), 트리트 윌리엄스(제임스 콘웨이), 튜스데이 웰드(캐롤)


도대체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227분에 달하는 살인적인 러닝타임을 그냥 한숨에 달려 보고 나서는 머릿속에 한 개인의 삶 전체가, 한 나라의 약 50여 년에 걸친 역사가 빼곡히 들어선 느낌이다. 예전에도 본 적이 있지만 대부분 TV에서 해줄 때 슬쩍슬쩍 봐서 첫 도입부분과 마지막 결말 부분만 기억이 나는 정도였기에 정식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누들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어린시절, 청년시절, 노년시절의 사랑, 우정, 배신, 회한, 용서 등의 사건과 감정의 흐름은 한 번에 받아들이기에는 벅찬 느낌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비록 국적은 다를지라도 말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면면에는 국적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어린시절의 기억은(사건은) 평생을 두고도 잘 잊혀지지 않는 족쇄같은 것일까.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가물가물하더라도 어릴 때 받았던 영향은 내 온 몸 세포 가득 들어차 내 삶의 원천이 되거나 말하고 행동하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 나를 잘 알고 싶다면 지난 내 삶을 고개돌려 직시해야 하지 않겠나. 어린시절 뿐 아니라 바로 어제의 일까지도 오늘의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내일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과거로의 여행은 부닥치기 싫은 기억조차도 덤덤하게 바라보며 보듬어 안아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지금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마치 누들스의 마지막 웃음같은...

영화를 보며 몇 가지에 놀랐다. 어린 시절 배우들의 모습이 성장하고 난 후의 배우들의 모습과 너무도 많이 닮았다는 것... 특히 데보라(어린 데보라-제니퍼 코넬리가 '로켓티어','헐크','뷰티풀 마인드'에 나왔던 이라고 나중에 알게 되었다.)의 경우 더욱 그렇다. 감독이 성인이 된 데보라-엘리자베스 맥거번과 닮아서 캐스팅했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게다가 로버트 드 니로의 주름잡힌 모습은 지금의 거의 60이 다 된 그의 모습과도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또 하나는 당시의 미국의 상황, 배경을 잘 모르지만 아주 사실처럼 묘사했다고 느껴졌다. 미장센이 아주 탁월하지 않나 싶다.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를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볼 수 있었고 역동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음악(엔리오 모리꼬네)은 영화 내내 기억을 죄였다 풀었다 하는 기능을 하기도 하고 그들의 느낌을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DVD 중간에 휴식시간까지 표기될 정도로 아주 장편의 영화였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꼽는 이유도 공감할 수 있었다.

영화 도입부분에서 긴 시간동안 끊이지 않는 전화벨 소리는 영화적 언어로써 아주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전화벨은 사람을 긴장시키거나 불안함을 야기하는 도구로써 많이 사용되어 왔는데 이 영화는 그 효과의 절정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간혹 보여지는 장면전환은 너무 탁월하다. 이 영화가 어쩌면 영화 편집이나 미장센, 음악, 효과 등에서 교과서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에 맥스가 누들스에게 시계를 꺼내 시간을 말하는 장면은 그 시시각각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지금의 내가 있고 예전의 나도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그래서 긴 시간동안을 지금 존재하고 있는 시간 속에 묶어둠과 동시에 풀어주는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Once upon a time in Korea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면...하고 잠깐 생각했다.

2004년 4월 22일 목요일

시간에 당하다.

흐르는 세월을 붙잡을 순 없지만....
노래 가사가 떠오르네.
중국어에도 눈 깜짝할 순간에 시간이 후다닥 지나간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이지 눈 몇 번 깜박거리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나 싶다.



세월에 장사없지만, 세월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지만
그 세월을 제대로 살아내면 억울하거나 아깝지는 않을 거 아니냔 말이지.
하루는 정말 느낄 새도 없이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 같고
한달은 기지개 한 번에 다 날라가 버리는 것 같은 느낌.
 
길을 걸으면서도 시간이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

2004년 4월 20일 화요일

봄 꽃을 발견하다.

바람이 따뜻한지 차가운지 햇살이 좋은지 날씨가 흐린지
그런 것도 모르고 산 사람 마냥 오늘에서야 겨우 나무에 꽃들이 핀 걸 발견했다.
기분이 좋아 사진기를 들고 나가 몇 컷 찍고
외국인 친구와 식사를 하면서 봄 꽃이 피었다고 기쁘다고 그랬더니
날 이상하게 본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일주일 전에 꽃이 폈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난 보지 못한 거냐구...
오늘 나무에 주렁 매달린 꽃들을 보고서야 세상이 환해지는 걸 느꼈는데 말이지...
 
어쩌면 봄은 자연의 계절 변화에 따라 오고 가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내 마음에 봄이 들지 않으면 분명 봄은 오지 않은 것일테니...
 
아마도 정말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살랑한 바람, 포근한 햇살, 화사한 꽃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화~안해지는 봄, 그런 날이 왔으면...

2004년 4월 17일 토요일

배설.

말은 할 수록 는다는 건 변명만은 아닌 듯 싶다.
잔여물들이, 찌꺼기들이 너무도 많는다.



누군가와 얘기를 하다보면
특히 술을 마시고 살짝 취기에 말을 한다던가
대화에 너무도 푹 빠져 내 생각에만 골몰하며 말을 한다던가
가벼운 얘기로 시작해 농담들만 한참 주고받을 때도
 
집에 돌아가며 돌아보면, 내 앉았던 자리엔 거두고 싶은 배설물들이 가득하다.
 
치우려고 말을 하면 다시 또 생기는 배설물은
때론 다른 종들에 의해 타의번식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치우지 못하고 다음 기회만 노리고 있다.

2004년 4월 13일 화요일

색안경.


사소한 것을 보고
함부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섣불리 사람들을 판단할 뿐만 아니라
편견을 갖곤 합니다
처음 가졌던 생각이 시간이 지나면서
판단의 오류도 느낄 때도 많습니다
깊은 산 속에서 나무의 수를 헤아린다 해도
결코 나무의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바라볼 때,
나무가 몇 그루인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조급한 판단으로
소중한 인연이 될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요
그런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기 위해서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편견은 커다란 부분을 보지 못하게 하는
색안경과 같습니다
편견을 버리기 위해서는 사소한 부분까지
깊이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야 합니다

김/태/광 [마음이 담긴 몽당연필 中에서]

[mov] -ing

하와이에 같이 가자구~!!!


감독 :: 이언희
주연 :: 이미숙(미숙), 임수정(민아), 김래원(영재), 김인문, 김지영

어렸을 때 시한부 인생이라면...하고 생각한 적도 많았고 곧 죽게 된다면 뭘할까 생각해 본 적도 많았다.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들이 들어지긴 하지만 예전보단 감성적으로 생각하지 않아 두려움이 먼저 생기고 삶의 아쉬움부터 챙겨지게 된다. 어쨌거나 세상을 떠나야 할 날짜를 받아놓고 산다는 것은 당사자나 남아야 할 사람이나 떠날 사람이 숨 붙어있는 동안에도 힘겨울 거라는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였는지, 중학교 때였는지 좀 가물하긴 하지만 '20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일기가 컴퓨터 통신에 돌아다녔었다. 그 때 그걸 밤에 혼자 읽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에서 민아는 '20살까지만...'의 주인공과는 달리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되긴 하지만 엄마인 미숙은 시종일관 알고 있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역시 죽음을 앞둔 사람의 삶에 대한 고정관념은 참 힘겹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이 영화는 힘겹고 고통스러움이 승화되면서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인해 아프지만 담백한 관계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내가 느끼기엔 좀 독특한 면들이 있다. 민아의 캐릭터도 요즘 고등학생의 감수성인지 좀 더 쿨한 성격인지는 몰라도 매력있다. 특히 미숙의 캐릭터는 이미숙이 아니면 표현해내지 못할 그런 느낌을 준다. 아픈 속내를 숨기는 담담함,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 표정들... 그에 비해 영재는 '옥탑방 고양이'에서의 김래원을 변주한 느낌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느낌에 배우들의 연기가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민아와 영재의 관계가 발전되는 과정은 군더더기 없이 상큼한 느낌을 준다. 사랑은 쿨하고 지켜야 할 선이 있을 수록 아름다워 보이나? 솔직한 듯 하면서도 각자의 속내는 있고 드러낼 수록 산뜻한 느낌을 주는 관계들... 미숙과 영재의 모종의 거래는 사실 살짝 놀랄정도의 반전이기도 했지만 미숙의 말처럼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지극히 이기적인 행위였다고 이해해달라는 말에서 미숙의 말에 나도 이해를 해버렸다.
떠나보낼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 그걸 이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떠날 당사자는 받아들여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
사랑은 사랑대로 남고 남은 이들의 삶은 삶대로 살아지니
어쨌든 세상 모든 관계는 -ing형임엔 틀림없다.
과거에 너무 매이지도 말고 미래에 대한 환상을
너무 부풀리지도 않게 지금 현실에 충실히 사랑하고 사는 삶...
그게 쿨하고 멋있다.

손가락이 세 개 뿐이라는 설정에서 왜 세개일까 계속 의문을 가졌고
만약 미숙의 가정이 부유하지 못했더라면 어떤 삶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도 가졌다.


- 김인문김지영은 등장해서 몇 마디 대사를 하고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전체적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넘어서지 않는 웃음을 주는 힘이 있다.   (늘 같은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같은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 이 영화 이후에 거북이를 사서 키우려고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 민아가 "쌕 사고 싶어"라고 한 말을 영재가 "섹스하고 싶어"라고 듣고
저질이라고 핀잔을 듣는 데 그렇게 들은 나도 그럼 저질인가?-_-;;;

[mov] Something's Gotta Give - 이게 사랑이야...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Something's Gotta Give)

감독 :: 낸시 메이어스
주연 :: 잭 니콜슨(해리 샌본), 다이앤 키튼(에리카 배리), 키아누 리브스(줄리안 머서),
         프란시스 맥도먼드(조), 아만다 피트(마린 배리)

사람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뿐더러 사랑은 나이에 상관없이 사람을 설레게 하고 힘이 나게 한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고 가슴 한 쪽에선 따뜻한 온기가 생겼다.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은 정말 대단한 배우란 생각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의 표정, 몸짓 하나 하나에서 정말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해리는 나이 60이 넘도록 늘 젊은 여자들과 교제를 하고 사랑을 나누고 결혼하지 않는 자유에 대해서 피력하는 유명한 돈 많은 사업가이가 컬럼니스트이다. 에리카 역시 나이가 50이 넘었지만 전 남편과 이혼한 뒤로 생활을 더 활기차게 사는 여성. 특히 에리카는 시트콤 작가이기도 하다.

에리카의 딸과 교제하다가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순간부터 해리의 감성과 생각들은 많은 변화를 맞이한다.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았던 에리카에게 정을 느끼고 사랑을 느껴가게 된다. 에리카도 어쩔 수 없이 심장병 치유차 자기 집에 머물고 있는 해리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 사이에 줄리안이 많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에리카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에리카의 딸은 엄마와 해리의 감정을 눈치채고는 해리와 절교 선언을 한다.

같은 나이 때일수록 서로 공감의 폭은 넓어지는 건 확실한 가 보다. 해리가 에리카의 앨범을 훔쳐보면서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편안해지는 걸 보면 말이다. 살다보면 자기와 나이 차와 관계없이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비슷한 나이 또래와 사랑을 하게도 되지만 어떤 게 스스로에게 잘 맞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비슷한 나이가 되었을 때는 공유하는 것들이 많아지게 됨으로 서로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는 폭이 넓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꼭 그렇지만도 않긴 하다. 더 싸우고 의견대립이 강해질 수도 있으니... 말을 수정해야겠다. 나이에 관계없이 서로에 대한 감정, 그리고 대화를 하려고 하는 자세만 형성된다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기만 해도 충분히 감동을 받지 않는가...

에리카는 그런 해리의 모습에 사랑을 하게 되고 해리는 당시에만 그랬다가(습관처럼) 나중에 자신의 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다가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가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도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나중에 해리가 6개월 동안 지난 시절 만나왔던 여자들을 찾아가 자신을 찾게 되는 과정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공감을 하게 한다.

물론 자신의 삶에 지난 시절 관계했던 인연들을 다 찾아다닌다는 것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자신이 딛고 있는 현재라는 발판은 결국 과거로 이루어진 것을 상기한다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현재를 관망하는 자세는 분명 필요하다. 해리와 에리카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해졌다.

불꽃같은 사랑의 감정은 영원하지 않을지 몰라도 불꽃은 가슴에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쉬이 지워지지 않고 향기를 낸다. 가슴에 흔적이 남길 때 뜨겁다고 피하지 말고 새겨지지 않는다고 억지로 상처를 내지 말아야지. 자연스럽게 오고 감을 받아들이고 놓을 수 있도록 해야지.

한글 제목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이라는데 별로 아까운 것을 버린 것 같지도 않고 그다지 많이 버린 것 같지도 않더라.

사랑의 에너지는 결국 삶의 에너지와 하나다.
에리카도 사랑의 힘으로 멋진 극본을 써서 흥행에 히트하고
해리도 사랑의 힘으로 심장병을 치유하고 삶의 소중한 것을 찾았으니...
아마도 '사랑하면 알게 되는 소중한 것들...'이 맞지 않을려나?


- 키아누 리브스는 적당한 선에서의 연기가 보기 좋더라.

- 다이안 키튼 너무 귀엽고 멋진 매력을 지녔다.

- 잭 니콜슨은 그리 핸섬한 얼굴이 아님에도 멋진 표정과 행복한 웃음이 넘친다.

2004년 4월 12일 월요일

줄.



줄을 놓아버리면 자유로울까?
끝까지 잡고 있으면 안정이 될까?
 
바람은 끝없이 불어오고 몸은 이리저리 흔들거리면서도
바람 느낄 새 없이 자꾸만 줄에만 신경이 간다.
 
줄을 끊어버리고 싶어도 불안한 마음 떨치기 힘들고
줄을 잡고 있자니 답답한 마음 떨치기 힘들고
이래저래 얼래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2004년 4월 11일 일요일

[mov] 忘不了 - 잊을 수가 없어요.

잊을 수가 없어서...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 맺은 관계들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 것일까. 만약 잊혀진 듯 하다가도 어떤 계기로 인해 생각이 다시 난다면 그건 잊혀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특히 진정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이라던가 운명을 달리하는 경우라면 그게 그리 쉽게 잊혀질까. 잊혀지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

소혜(장백지)는 중형버스를 운전하는 한 남자를 알게 되어 사랑에 빠진다. 남자는 아이가 있는 이혼남이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남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죽게 된다. 집에서는 아이를 남자 부모에게 넘겨주고 새로운 삶을 살길 원하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힘든 생활들의 연속. 그 때 대휘(유청운)가 소혜를 물심양면으로 덤덤하게 도와준다. 대휘는 소혜의 죽은 남자친구의 같은 회사 동료.

대휘의 모습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뭐랄까 처음엔 연민이었고 동정이었을지라도 표시나지 않게 그리고 상대방의 기분도 상하지 않게 아주 쿨하게 도움을 준다. 물론 큰 일을 당한 소혜에게 흑심을 품고 다가갈 남자가 얼마나 되겠냐마는...

소혜는 남자친구가 몰던 중형버스를 새 차처럼 수리를 해서 직접 버스기사로 나선다. 이런저런 힘든 경우를 당하는 것은 당연지사. 먹고 살기 위해 아들(소혜의 자식도 아닌...)의 뒷바라지도 조금 소홀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죽은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음성사서함에 부재중을 알리는 남자친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소혜는 억척스럽기도 하고 연약하기도 하고 세상물정 모르고 순박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소혜의 부모가 잠깐 세 씬 정도 등장을 하는데 그렇게 큰 비중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모란 저런 모습이라는 걸 잘 드러내 준다. 걱정하지만 자식을 믿고 기다려주는... 늘 그 자리에 있는 듯한 모습.

사실, 대휘도 과거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다. 돈 벌어서 버스 4대까지 거느리던 사람이 도박, 술, 담배로 인생을 대충 산다. 도박 빚으로 버스도 다 잃고 겨우 한 대를 가지고 살아가고 부인과 아들은 그런 대휘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간다. 소혜를 도와주던 대휘는 그런 자신의 과거와 현재 소혜와의 관계 속에서 고민을 한다.

결국 둘은 몰던 버스를 팔아치움으로써 자신의 잊기 힘들었던 과거들을 청산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지만 아마도 과거의 상처들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굳이 잊으려고 하지 않아도 동반자와 함께 그런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함께 사랑하고 산다면 상처는 새로운 살로 돋아나고 새로운 삶의 힘이 되지 않겠나 싶다.

소혜는 대휘와 함께 잠자리를 하기 위해 찾아오지만 대휘는 전 부인에게 걸려 온 음성메시지를 들려주면서 자신의 과거를 솔직히 다 말을 한다. 자신은 좋은 남자도 아니고 좋은 남편도 아니라면서... 어쩌면 어떤 일이건 새롭게 시작을 하기 위해선 지난 일들에 대한 솔직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하고
그런 마음들을 함께 하고자 하는 상대에게 얘기를 한 후에야 새로운 시작은 가능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상대를 속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므로.

감성이 예민해져 있는 탓일까...아니면 나도 어떤 생각들이 떠올라서 였을까... 보다가 마음이 싸해지기도 하고 슬쩍 감동(?)도 받고...따뜻해지기도 하고.


- 얼마 전에 홍콩에서 영화제를 했는데 이 영화가 음악상을 받았다.   그러고보니 다른 영화에 비해서 음악이 참 많이 쓰인 것 같기도 하다.

2004년 4월 10일 토요일

[mov] 안녕, 유에프오 - Hello, UFO


감독 - 김진민
배우 - 이범수(상현), 이은주(경우), 봉태규(상규), 변희봉(복덕방 노인), 권혁풍(아버지)

DVD상점에 가면서도 자꾸 살까 말까 망설였던 영화. 사면서도 에이~ 요즘 볼만한 거 안나오네 하면서 대타로 샀던 영화. 기대가 적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다. 나한텐 살짝 감동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너무 신파이진 않은 듯 해서 좋았다.

이범수의 연기가 컷마다 좀 튄다는 느낌이 있었고 봉태규는 재밌는 캐릭터이긴 했지만 캐릭터가 너무 강하다는 느낌도 좀 있었고 이은주는 장님연기가 그런대로 괜찮았던 것 같았다. 변희봉씨야 말할 나위 없고....

이야기가 3분의 2를 넘어가면서 갑자기 튀는 느낌이 가장 아쉬웠다는 생각. 보면서 왜 자꾸 UFO일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UFO가 아니고는 그 줄거리에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기도 했다. 사실 UFO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해서... (게다가 X-file에서 지구를 지켜라에서 무척 강한 이미지이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사랑과 희망에 접목시키는 게 나에겐 좀 낯선 느낌도 있었다.
UFO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열게 하는 이야기로서만 볼 때 나름대로 충분히 공감을 할 정도는 되었던 듯 싶다. 경우의 부모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 않아도 상현의 가족사가 많이 등장하지 않아도 캐릭터에 대한 이해는 어느정도 충분했고 그 둘의 이야기들은 잔잔하게 재미있었다.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그러나 자주 접하지는 못했던 모습들...

장애인을 다른 시각으로 보지 않은 시선은 참 예뻤고 젊은 버스 기사의 즐거운 삶의 모습도 흐뭇했다.
진심을 알았을 때만 마음이 열리는 것.

그건 어느 누구를 만나던 어느 시대를 살 건 같은 경우일 듯 싶다. 그런데 진심을 안다는 것은 꼭 상대방의 진심을 안다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진심을 알았을 때 상대방의 진심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 결국 소통이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열린 마음과 받아들이는 자세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첫 눈에 반한다는 건 꼭 사랑하는 마음을 동반하진 않겠지만 그리고 그건 사실이기도 하고 거짓이기도 하겠지만 그 첫 눈에 반하는 감정은 쉽게 떨치기 힘든 유혹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은평구를 구석구석 다녀보진 않았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풍경이 좋더라.

그리고 여전히 이은주는 예쁘다.

2004년 4월 9일 금요일

조각공원에 다녀오다.

3명의 지아지아오 중 한 명과의 수업은 오늘로써 끝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수업 대신에 미술관이 어디있는지 알아와 나랑 같이 가자고 제안했었다.
그런데 역시 이 친구도 알아내지 못했고
자신도 가보지 못한 조각공원만 알아왔다고 그런다.
어제도 조각공원 이야기가 나왔지만 내가 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어서 안갔었는데
오늘도 역시 조각공원 얘기다.
 
그런데 방법이 없어서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기사에게도 미술관 얘기를 물어보니
그 분 말로도 장춘엔 미술관이 없을 거라고 한다.
 
교육, 문화의 도시라고 해서 조금은 기대했던 내가 잘못인가?
예술대학, 미술대학, 애니메이션 대학도 있는데
대학교 내에는 그런 전시하는 곳이 있을까? 다음에 알아봐야겠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아니 좀 더울 지경이었는데
조각 공원은 그늘 피할 데도 없는 땡볕 그 자체였다.
그래도 천천히 걸으며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보며
한 바퀴 주욱 돌았다.



한 쪽에 3층 건물이 있는데 전에 왔을 때 하던 전시를 그대로 계속 한다.
온 김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모든 입장표는 지아지아오 덕에 학생표를 끊어서 들어갔다.
 
전에 왔을 때랑 변한 게 없는데 아~ 새로운 전시를 하나 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 건너온 조각품들인데 참 재밌다.
이쁘고 색다르고 기괴하고 재미있고 상상력이 돋보이는...그들의 생활이 엿보이는 작품들이 많다.
마침 카메라 전지가 다 되어서 찍지를 못한 아쉬움을 빼고 즐거운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에 다시 한 번 와야겠다.

2004년 4월 8일 목요일

장춘과기대 - 지질궁 박물관

규이가 회사 부서를 옮기면서 3일간 시간이 생겼다고 해서
장춘에서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을 데려가주면 어떻겠냐고 부탁했다.
사실 장춘은 다른 도시보다(어쩌면 이정도 크기의 도시는 비슷비슷하겠지만...)
볼 것이 그리 많은 도시는 아닌 듯 싶다.
 
어디를 가고 싶냐는 질문에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특히 그림 전시를 하는 곳이면 좋겠다고 했더니 알아보겠다고 한다.
그런데 결국 알아보고 또 알아봐도 그런 곳은 거의 없다고 한다.
사실상 아예 없다고 해도 과분하진 않을 듯 싶다.



갈 곳을 정하지 못해 규이 차로 치우메이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마지막에 결정한 곳은 '문화광장'이었다.
넓은 잔디와 롤러 스케이트 장, 농구장이 있는 느낌 시원한 곳이었다.
많은 어르신들이 나오셔서 각양각색의 연을 날리며 즐기고 계셨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박물관...지질박물관.
들어갔더니 각종 자연석, 보석들, 화석, 베이징인원 두개 골, 공룡 알 화석 등...
여러가지가 전시되어 있다.
 
아직 설치가 다 끝나지 않은, 준비 중인 곳을 슬쩍 옅보니 공룡 뼈들이 있다.
실제 크기로 맞춰서 전시를 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태어나서 공룡 화석, 뼈는 처음 보는 것이라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쥬라기 공원에서 많은 공룡을 보긴 했지만...
 
한 쪽 벽에 중국 전도가 있고 각종 화석들이 발견 된 곳이 표시되어 있는데
정말 엄청나다.
 
문득 얼마 전에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달 면적이 얼마나 큰지 알아요? 중국의 4배랍니다. 4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