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7일 월요일

관계-인연

수많은 사람들 속에 얽혀 있는
관계들은 묘한 놀라움을 선사한다.
혈연(血緣), 학연(學緣), 지연(地緣) 등
인연(人緣)들로 엮어진 끈끈한 관계들.
쉽게 떨쳐내거나 혹은 떨쳐낼 수 없는 관계들.
관계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제의 날샘으로 인해 몸이 힘들지만
마음은 차분해진다.
하지만 집에 들어갈 때
아버지의 차(車)가 있나 없나부터 살피는
나를 보니 순간 우습고 슬프다.

진로를 바꾸면서 냉랭해진
부자(父子)의 관계가
더 발전하기 위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믿을 뿐이다... 바랄 뿐이다.

그러나 점점 초췌해지고 늙어가는
아버지를 뵐 때마다
지극히 혼란스럽고 멍해진다.

당신과의 시선을 애써 피하려고 하는 난,
당신의 뜻을 거스르기 위함이 아닌데도
자꾸만 당신 뜻에서 멀어져가는 것 같아
움추러 들기만 한다.

관계 속에서 자립(自立)하여 성불(成佛)하리라.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게 되는 체념이나 현실적 타협이
때론 장애가 되기도 하겠지만
나! 성불(成佛)하리라.

울고 웃고 고뇌하며 방황하는 삶 속에서 우뚝 서고 싶다.
자꾸만 약해져 가는 나를 채찍질하고 싶다.
그러나 부모님의 남은 여생이 너무 짧은 듯 느껴져
먹먹한 마음 뿐이다.


1998.12.27 메모

댓글 2개:

  1. @깨미 - 2008/11/26 20:45
    한 때의 생각일 수도 있고, 영속하는 생각일 수도 있겠지. 성불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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