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4일 금요일

비장(悲壯)한 수능(修能)현장을 보며...

일단 수능을 치룬 학생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나라의 온 매체에서 수능을 치루기 며칠 전부터 수능을 치루고 난 후까지 떠들썩 한 걸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자녀를 입시장으로 보내면서 눈물을 흘리는 부모의 심정이나 입시장으로 들어가는 게 마치 전장으로 가는 투사와 같은 학생들까지 수능에 목을 매고 삶을 걸어 묶는 현실이 바라보기조차 힘겹다.

수능이 워낙에 오래된 통과의례로 정착되었고 수능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난무하긴 하지만 정작 수능의 문제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게 아쉽다. 대학에 떨어지면 삶이 끝장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나 나쁜 대학에 붙으면 평생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 좋은 대학에 가면 그야말로 인생의 앞길이 쫙~ 열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모든 학생이, 모든 학부모가, 모든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몰아가는 것 자체가 슬프다.

물론 지금 당장의 대한민국을 보면 고등학교 3년의 시간동안 필사(必死)의 각오로 수능을 준비해 서울대를 비롯한 유명대학에 진학하면 인생이 활짝 필 확률이 많아지는 게 사실이다. 수능시험 한 번으로 인생의 희비가 명백히 나뉠 수 있다는 게 정상적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현상이다. 수능시험과 진학한 대학만으로 인생이 나뉠 수 있다니... 끔찍한 일 아닌가.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가 다르고 그릇을 완성해가는 시기가 다른데 그런 개별적인 차이들을 모두 무시해버리는 것이 수능점수로 줄을 세우고 대학의 서열로 줄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 부조리한 사회를 기득권들이 만들고 그에 편승하려는 수많은 어른과 학생들이 동참해 그 사회를 공고히 해가고 있다.

물론 명문대도 필요하고 공부 잘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줘야 한다. 경쟁도 필요하고 성공과 실패의 명암도 분명 필요하다. 다만, 어떤 대학을 나와도 사회의 어떤 분야에서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을 수 있고 기본적을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학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계급이 나뉘어지면 안된다. 대학은 공부를 더 하고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학습의 장으로 활용되도록 하는 게 맞다.

명문대 출신은 경외심으로 대하고 명문대가 아니면 천민취급을 하는 사회. 삶의 가치가 대학의 서열로 줄을 서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어떤 행복, 어떤 즐거움을 찾고 누릴 수 있을까. 이런 사회의 부조리를 끝내자고 이야기를 해봐야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안다. 이미 기득권을 움켜 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절대 내놓지 않으려고 할 것이며 기득권 편입이 눈 앞에 닥친 이들은 그 기회를 쉽게 놓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득권에 편입하지 못할 게 뻔한 사람들 역시 자신들은 기득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 꾸는 꿈을 쉽게 깨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수많은 문제점들은 언젠가는 곪아서 터지기 마련이고 썩기 마련이다. 그 전에 치유가 가능하다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한다.

아주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사회 각 분야의 복지가 확대되면 사람들은 삶을 영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지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현장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맡기지도 않을 것이며 사람들 사이에 차별이 사라지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일하고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굳이 대학을 가려고 발버둥을 치지도 않을 것이다.

돈과 학벌보다 사람의 가치와 능력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수 많은 책과 경험과 사람들을 통해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답처럼 삶이 살아지는 게 아니라며 틀린 답만을 선택하고 있다. 틀린 답을 선택한 사람들이 존중받고 사회의 지도층이 되고 있다.



.... 수능으로 인해 몸살을 알았던 부처님, 예수님, 하나님, 알라님 등등 수 많은 신(神)님들... 이젠 좀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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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back from: 차별과 경쟁이 행복을 좌우하는 세상은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다고!"
    차별과 경쟁이 행복을 좌우하는 세상은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다고!" [冊] 수능 끝낸 이들에게 권하는 책, 소설 <하모니 브러더스> 하모니 브러더스 /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사계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아리송한 질문의 답처럼. 모진 세상의 갖가지 차별 중 학력차별 때문에 남보다 친구보다 성적이든 뭐든 앞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적 입시경쟁이 필요한거냐, 아니면 학벌경쟁에서 도태된 이들에게 사회가 가하는 수많은 차별과 가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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