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7일 월요일

이별 전(前)

희상형님의 간암 말기(6개월) 선고 소식을 듣고
차마 본인에게 다시 물어볼 수가 없었다.
간암 말기라는 극단의 상황을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데
형은 웃으며 때론 힘든 목소리로 내 안부를 묻는다.
성직(聖職)의 길을 그만두겠노라던 내 투정을
절대로 안된다고 막아서던 형의 간절한 바램을
무시한 결과일 거라는 죄의식이 생기고 있다.
바다의 항해사로, 지금은 인생의 항해사로 살던 그가
항해를 다 마치지 못한 채,
이루지 못한 많은 것을 뒤로 한 채
이렇게 쉽게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형은 웃으며 말하고 있는데 나만 가슴이 아픈가 보다.
다시는 이렇게 전화도 할 수 없을텐데.
그 사람의 절망적인 현실에서 내가 도망치고 싶었다.
몇 마디 말로 그를 보내야 하는 내가 섬뜩하다.
살아야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어떻게 살아도, 어떻게 이별해도
늘 부족하다.


1999.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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