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7일 월요일

부자관계(父子關係)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라
너무나 사랑했던,
바보같이 순수한 남자였다.

긴 세월,
어머니 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에게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무심한 아버지라 생각해
아버지를 못마땅해 했던 내가
어느 날,
당신의 사랑을 이해하면서
당신의 사랑이 말 그대로
높고 큰 은혜라 느끼게 되었다.

스스로 '사랑한다' 말 한마디 인색했던 게
아버지에게서 사랑한다는 말
듣지 못했던 까닭이라 믿어왔다.
그러나 지금 난,
너무도 부족했던 사랑의 방법과
이해하지 못했던 사랑의 의미를
조금씩 터득해 가고 있다.

바다를 앞에 두고도
수영을 하지 못해 망설이던 게
깊은 물 탓이라며 원망했는데
부자 사이의 관계에서도
같은 변명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당신의 깊은 사랑을 마주하고도
나만의 변명과 이유를 들어가며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던 내가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나 역시 당신에게
사랑받고 있는 존재였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1998.12. 어느 날

댓글 2개:

  1. 음. 아버지에 대한 발견처럼 언젠가 어머니에 대한 소중한 발견이 있겠지. 그 발견이 너무 늦지 않길 바라는 건 나에게 하는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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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깨미 - 2008/11/26 20:37
    그래. 그래야겠지... 그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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