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일 월요일

[mov] 청홍 / 青红(曾用名:我十九) / Shanghai Dream

청홍 / 青红(曾用名:我十九) / Shanghai Dream


제목 : 청홍 / 青红(曾用名:我十九) / Shanghai Dream
감독 : 왕 시아오쏴이(王小帅)
출연 : 까오 웬웬(高园园), 리 빈(李滨), 친 하오(秦昊), 야오 안리엔(姚安濂), 왕 쉐양(王雪洋)


<북경 자전거>와 <둘째 동생>을 찍은 왕 시아오쏴이 감독이 <청홍>을 들고 나타났다. 58회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왕 시아오쏴이의 감독 작품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재밌는 것은 <북경 자전거>의 경우 원래 제목이 <17세의 자전거>, 즉 북경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긴 하지만 17세 나이 또래 아이들의 눈을 통해 북경을 바라보고 자본주의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었다면(물론 사랑도…) 이번 작품 <청홍>은 <내 나이 19세>라는 또 다른 제목을 빌어 19세 나이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여주인공 이름이 ‘청홍’이지만 그와 친구들의 나이는 19세인 것이다. 20세가 되기에 한 살 부족한, 그래서 아직 완전한(?) 성인이 되지 못한 나이 19세. 그들을 통해 삶과 사랑, 가족, 그리고 중국 정부 정책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또 하나, <북경 자전거>와 <청홍>은 나이가 관련되어 있는 것 말고도 주인공이 같다. <북경 자전거>에서 남자 주인공이었던 ‘리 빈’은 <청홍>에서 ‘청홍’을 좋아하는 19세 아이로 등장한다. 그리고 <북경 자전거>에서 여자 주인공이었던 ‘까오 웬웬’은 <청홍>의 주인공이 되어 열연한다.

청홍 아버지 '라오우', '청홍'(붉은 옷), 그리고 친구 '전전'


이 영화는 지난 세기 8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19세 소녀 ‘청홍’은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지만 아버지의 반대와 감시에 괴롭다. 아버지는 보수적인데다가 60년대 중반에 상해에서 이 곳 “꾸이조우(귀주)"로 이주해 고생을 많이 해서 딸이 상해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기를 바라고 모든 가족이 상해로 다시 돌아가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서부의 경제개발 정책의 실패, 희망 없는 삶의 탈출구로 상해行을 꿈꾸는 것이다.(이 영화의 영문제목은 “Shanghai Dream”이기도 하다.) 상해를 떠나온 지 벌써 20여 년이 흐른 지금 상해로 간다는 게 또 다른 형태의 모험이자 도박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들에게 상해는 “꿈의 도시”인 것이다.

왕 시아오쏴이 감독은 <둘째 동생>에서 “American Dream”을 통해 중국의 현실과 자본주의로 재편되어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상해”가 곧 “미국”과 동등해진 자본의 땅, 꿈의 땅, 희망의 땅이 되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물어볼 때 그 넓은 땅, 많은 사람들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일반적 질문을 던지기 일쑤인데(예를 들어, 중국 사람들은 어떠한가? 중국음식은 어떠한가? 물가는 어떠한가?) 대답하기 곤란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상해”는 서울보다 더 발전된 곳도 있고 낙후된 곳도 있고 물가가 더 비싼 곳도 있고 엄청나게 싼 곳도 있다. 외국인도 많고 높은 빌딩도 서울보다 많으며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 중에 하나다. 그렇기에 중국인에게는 이곳 “상해”에서 산다는 것은 어쩌면 신분상승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많은 외지인(중국인)들이 상해로 몰려드는데 예전엔 상해“후코우(주민증)”가 없으면 불법체류와 같은 개념으로 잡혀갔기 때문에 몰래 들어와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현재도 상해의 정확한 인구는 계산이 불가능하다.

영화의 마지막은 주인공 ‘청홍’ 가족이 상해로 떠나기 전 ‘청홍’의 남자친구가 ‘청홍’을 겁탈하게 되면서 급류를 타게 된다. 여전히 사형제도가 있는 중국에서 ‘청홍’의 남자친구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 것인가. 영화는 ‘청홍’ 식구들이 ‘전전’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지프 차에 올라 먼 “상해行”에 오르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1992년 한국과 수교를 맺은 후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자본주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짧은 시간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충돌하며 생기는 사회문제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게 “빈부의 격차”가 아닐까 싶다. 한국도 빈부의 격차가 심하긴 하지만 중국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이런 상황에서 왕 시아오쏴이 감독은 끊임없이 급변하는 중국의 자본주의화에 침식되어가는 중국 서민들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이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는 세계적으로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원초적 고민을 하게 된다. 게다가 영화 곳곳에는 과거 한국에서도 봤음직한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결코 눈 돌려 피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지금 한국은 ‘Seoul Dream’이나 ‘서울대 Dream’정도가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America Dream’에서 못 벗어나고 있나? 근래엔 ‘China Dream’이 거세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중국에 대한 생각은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바라보는 우월감에서 비롯된, 중국에 대한 꿈보다는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열풍’정도겠지만…

내 나이 열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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