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커시리’는 ‘천당’이고 ‘지옥’이다. 그리고 생명과 신앙의 성지임을 증명하고 있다? 왜냐하면, 커커시리의 이야기는 하소연하기도 어렵고 다만 진짜로 걸어본 사람만이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커시리, 중국 국경 내 최후의 원시황야. 평균해발 4700미터. 이곳은 장링양(藏羚羊) 최후의 서식지. 1985년 이후, 밀렵꾼들의 대규모 장링양 도살이 시작되었다. 유럽과 미국의 장링양 털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짧은 몇 년 동안 100만 마리의 장링양의 수가 급감하여 1만 마리도 되지 못하게 되었다. 1993년 현지 정부는 무장 산악 순찰대를 조직하였다. 대장은 장족이며 직업 군인 출신의 르타이(日泰)였고, 이들은 밀렵꾼들과의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이는 곧 중국내외 미디어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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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해발 5000m에 다다르는, 사람이 생존하기 어려운 곳 ‘커커시리’. 세계에서 3위, 중국 1위인 ‘무인(無人)구역’. 감독은 체험을 통해 얻은 사실적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풀어내고 있다. 비와 눈과 우박과 바람 그리고 맑은 날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커커시리’는 영화를 촬영하기엔 가장 최악이었을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촬영을 하다가 돈도 마다하고 돌아갔다고 하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결국 감독의 마지막 생각은 영화 찍는 사람들을 데리고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제 41회 금마장 영화제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받았다.
영화는 ‘커커시리’에서 장링양(藏羚羊; 커커시리에 살고 있는 야생양의 일종)을 밀렵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저지하고 ‘커커시리’를 지켜내는 산악 순찰대원들의 이야기이다. 순찰대원 한 명이 피살되면서 북경에서 기자 한 명이 이곳으로 취재를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장인 르타이를 동행하면서 ‘커커시리’에서 발생하는 밀렵의 현장 고발과 이들을 쫓는 이야기가 기록된다.
어쩌면 이들 순찰대에게 가장 힘든 적은 밀렵꾼들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황량한 넓은 땅,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과 같은 땅과 수시로 급변하는 날씨,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유사(流沙), 가난, 배고픔 등의 수많은 악재가 이들의 전투대상이었을 것이다. 밀렵꾼들을 쫓으며 습격을 당하고 해발고도가 높은 그곳에서 폐수종으로 고생하고 유사에 빠져 죽음을 맞이하는 등 순찰대원의 삶은 그 자체로 ‘지옥’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건 자신들의 ‘장링양’을 보호하는 것. 영화에서 기자가 르타이 대장에게 가장 부족한 게 뭐냐고 묻자 르타이는 “사람도 부족하고 총도 부족하고 먹을 것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어 “정부에서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고 각자가 자원으로 순찰대에 들어와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밀렵꾼과 밀렵 현장을 적발해 압수한 양 가죽은 매매가 불법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취하지 않고 바로 정부에 상납을 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매매를 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것으로 감옥에 가는 것은 두렵지 않고 다만 대원들이 죽지 않게 살아가기만 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난 그곳의 삶에 대해, 중국의 현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왜 ‘장링양’을 보고하기 위해 목숨을 거나 싶었다. 어쩌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장족의 평범한 삶이 밀렵에 의해 흐트러지고 어긋나면서 자신들의 삶을 보호하고 자신들 삶의 터전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유럽과 미국에서 ‘장링양’을 원한다는 자본의 생리 앞에 그리고 중국 정부의 대책없는 서민정책 앞에 밀렵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을 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지 그것이다. ‘자본’의 힘으로 자신의 작은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욕심으로 인해 ‘자본’ 앞에 무릎 꿇은 평범한 사람들이 있는 것. 정말 먹고 살길이 없어 밀렵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과 밀렵꾼을 도와주는 사람들, 그리고 밀렵을 막으려는 순찰대원들은 왜 이 지경까지 몰리게 되었던 것일까. 세상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이유와 원인은 간단하게 귀결이 되지 않나 싶다.
지금은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기관과 순찰대를 운영하며 '장링양' 매매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어서 만 마리 정도로 줄었던 '장링양'의 수가 3만 마리까지 늘었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 자원입대로 운영되었던 민간 순찰대는 해산되었다 한다. 순찰대원 중에 불법 매매를 하다 적발된 네 명은 공안에 붙잡혔으나 바로 석방되고 아무런 형사소송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적 다큐멘터리와 다름없는 영화를 보며 나 또한 마음이 텁텁해지고 힘겨워졌다. 언젠가 꼭 시장(西藏 | Tibet)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각별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초반과 마지막에 장족의 전통 장례 모습은
“천장(天葬)”이 나온다. 죽은 이를 갈기갈기 분해해서 독수리에게 먹이고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자세히 묘사가 되지는 않았지만 ‘노커팅의 인디아고고’에서 읽어본 적이 있었던 터라 눈에 익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자연과 더불어 죽는 장족들의 삶을 보게 되니 여러 감상이 든다. 언젠가는 꼭 시장(西藏)에 가리라.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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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은 <총을 찾아서(寻枪)>라는 영화의 감독이기도 하다. <총을 찾아서>에는 "지앙원(姜文) / 영화-<귀신이 온다(鬼子来了>"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 영화가 참 독특하고 재밌었는데 이 영화는 색깔이 무척 다르다. 감독은 <총을 찾아서>를 찍기 훨씬 전부터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커커시리' 얘기를 접하고부터 몇 년을 준비했다고 하니 이 영화에 대한 감독의 열정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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