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1일 월요일

[mov] 강력3반 | Never To Lose

강력3반과 뺑소니 전담반



감독 | 손희창
출연 | 김민준(김홍주), 허준호(문봉수), 장항선(육철구), 남상미(이해령), 남문철(고형사)


허준호와 장항선의 캐릭터는 나름대로 괜찮았는데 김민준 캐릭터가 모든 걸 망쳐놨다. 영화를 보며 가장 불편했던 건 김민준이 대사를 치는 발음이다. 발음이 문제가 되다니, 게다가 발음이 불편하게 들리는 이가 주인공이라니. 최악이다. 비음 가득한 소리, 반 박자 늦게 따라가는 듯한 대사의 처리. 어눌하게 말하는 구리구리 양동근도 ‘와일드 카드’에서는 김민준처럼 대사를 하진 않았다. 남상미 캐릭터는 오버를 하긴 했지만 그냥 넘어갈 정도는 된다. 다만 남상미 캐릭터가 영화 어느 곳하고도 매끄럽게 붙어 움직이지 않아 보였다. 뺑소니 전담반 반장이 남상미에게 자동차 대조를 해보자며 수첩을 펼치게 하는 장면에서 반장과 남상미의 표정과 대사는 재밌었다. 보다가 ‘큭!’하고 웃어버렸으니까.




윤태영은 몸 자랑 종종 하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아 보이고 악독하게 보이지 않았다. 범죄집단의 악독한 우두머리라기 보다 약간 변태스러운 농촌 총각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악당이 이럴진대 대립구도가 나올 수 있었을까. 유해진 캐릭터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공공의 적’에서 칼에 대해 강의를 하던 모습 그대로다. 갑자기 예전 마누라와 자식 얘기를 듣고 감성적이 되어 180도 개과천선을 하는 게 어색한 모습은 조금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지.


암튼 강력3반이 좌충우돌하며 범인을 잡아들이지 못해서 상급기관으로 수사권이 넘어갈 뻔 한다거나 하는 전형적인 포맷이 없는 게 오히려 아쉬웠다. 강력3반의 모든 형사들은 김민준을 위한 들러리로 묘사되어서 어리광 피우는 막내 때문에 고생 꽤나 하더라. 많은 장면들이 황당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황당한 씬은 극장에서 여자친구 때문에 잠복근무하는 대열을 이탈해 범인을 놓치는 씬. 여자친구 그렇게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아 보이던데 꼭 그럴 때 오버를 하다니. (유해진이 너무 쉽게 범인을 넘겨주긴 하지만서도)




개인적으로는 허준호가 어깨에 힘 많이 빼고 캐릭터를 잡아갔다고 느껴져 좋았다. 강한 듯 나약한 이미지가 잘 어울렸다. 특히 집에서 자신이 잡아넣은 범인들이 무섭다고 말하는 장면은 꽤 좋았다고 생각한다. 건망증 때문에 죽게 되는 설정도 좋았는데 시간의 간격을 두고 본 ‘알츠하이머 케이스’라는 영화와 약간 비슷한 설정이기도 하다. 보통 그 정도 심각한 건망증이면 범인 잡겠다고 설쳐도 일단 치료부터 받게 하면서 재활시키기 않나? 억지로 사지로 몰아넣기 위한 감독의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총을 잃어버려 용의자가 권총 자살할 뻔한 일로 문책을 당할 때도 주인공은 얼씨구나 그 기회를 틈타 형사의 애환을 얘기하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상관에게 협박 아닌 협박, 옹아리를 부리다니. 설마 대한민국 형사의 실재하는 모습을 묘사한 건 아니겠지(?).


형사들의 힘겨움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형사라는 직업이 유희처럼 느껴지는 영화. 범인을 알아채는 초능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이 있어서 SF같은 느낌마저 들더라. 그건 직감이 고도로 발달한 게 아니고, 형사의 감각이 무섭게 꿈틀대는 게 아니고 초능력이다. 초.능.력. ‘언브레이커블’의 브루스 윌리스도 아니고 말야.


아! 마지막 ‘화상고’와 ‘됐거든~’의 개그맨 깜짝 출연. 잠시 즐거웠다.


‘초능력을 가진 어리광 피우는 형사 공무원과 도자기 마약 밀매하는 변태 총각과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악평만 써놓긴 했지만 중간중간 재밌는 부분들도 있었다. 전체 맥락으로서가 아니라 가끔씩 튀어나오는 대사와 설정 때문에 살짝 울컥한 부분도 있었고...

댓글 2개:

  1. 전 최악이었지요.-_- DVD 표지에서 김민준을 최민수로 보고 샀걸랑요.-_- 사실, 김민준이 누군지도 모릅니다만.-_-+ 김태욱이 드뎌 악역이 아니다, 라는 것이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만, 거참... 이 아저씨 정말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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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리팬 - 2005/11/21 02:18
    제가 재밌다고 한 건 그저 '부분'들이었던 거지요.-_-;

    그렇네요. 김태욱. 똥개에서 나이 들어 보이는 것만 빼고는 역할이 딱.이었다고 생각했었어요. 악역 아닌 역할로도 꽤 잘 어울려요.^^



    최민수가 나왔으면 좀 달랐을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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