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4일 목요일

[mov]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감독 | 가스 제닝스
출연 | 마틴 프리만(아서 덴트), 모스 데프(포드 프리펙트), 샘 록웰(자포드 비블브락스), 주이 드샤넬(트리시아 맥밀란/트릴리언), 존 말코비치(허마 카불라)


상당히 웃기다고 했는데 내겐 웃기는 부분이 적었던 영화. 일단 책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의 유머 코드를 알지 못했던 것도 있겠고 영화에 나오는 유머들이 그다지 익숙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내가 수준이 낮은 것일 수도 있다.-_-;;(수준이 높다고 해야 맞을까? :P) 그래도 영화는 즐겁게 봤고 생각할 것들이 많아서 좋았다.


지구가 멸망하기 전 Pub에서 아서와 포드가 맥주 한 잔씩 할 때 포드의 재치(?)있는 말과 행동은 지구 멸망이 왠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 정도로 유쾌했다. 게다가 꼭 수건을 가지고 가야 한다니. 무슨 중요한 쓰임새가 있을 줄 알았다. 쓰임새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_-; 미국의 한 회사가 개발했다는 ‘Earth dog tag’도 어쩌면 유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착한 외계인’을 만나야 하지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지구를 backup 해뒀다가 다시 복구해준다는 설정이었다. 그리고 그 복구 작업을 일일이 사람들(아니 외계인?)이 수작업으로 진행한다는 것도 신선했다. 하나님 창조설이나 다윈의 진화론을 깔끔하게 무시해도 될 만큼 매력적인 설정이었다고나 할까?


바다를 만드는 작업.-0-



또 한가지는 중간중간 내용 설명을 위해 사용되었던 애니메이션이다. 샤이놀라의 애니메이션은 마치 ‘Catch me, if you can’이나 ‘Monster inc.’의 오프닝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 칼라나 움직임에서 받은 느낌일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난 후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내용은 역시 톡톡 튀는 발상과 허무개그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Guide Book



감독이 어쩌면 우주의 진리를 꿰차고 있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삼십 칠만 분의 일초간 번뜩이며 떠올랐다가 사실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서 내 자신을 비롯해서 사람들의 뇌에 담긴, 마음 속 깊이 담긴 데이터와 이미지들을 분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코비치씨



배우들 연기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 이 영화는 상황 설정이 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사실 배우들의 연기는 수다스러웠다는 것 외엔 그다지 인상에 남지 않았다. 등장 인물 중 가장 흥미로웠던 캐릭터는 ‘Marvin’이었는데 조울증에 걸린 ‘로봇’인데다 사색하기 좋아하고 염세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 캐릭터가 좀 더 많은 ‘꺼리’와 역할 담당을 하지 않은 게 좀 아쉬웠다. 존 말코비치는 정말 생각지도 못하는 영화에서 생각지도 못한 배역으로 가끔 마주치는 듯 하다. ‘존 말코비치 되기’를 경험해 본 사람은 나처럼 예상치 못한 등장은 없었을까?


만사가 귀찮아 보이는 Marvin



확장된 사고 방식으로 무엇에도 걸림 없는 마음의 크기로 유쾌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게 어떨까. 은하수를 여행하기 위해 히치 하이커가 되어 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가이드’를 꼭 읽어야겠고(그럴 필요가 없을지도.-_-;) 수건도 챙겨야겠지.


은하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구라도 다 돌아봤으면 하는 바램.

댓글 2개:

  1. 난 이 영화 무지 재밌게 봤는데. 말을 다 못알아 들었음에도 -_-)a 내가 원래 또 몇몇 썰렁한 유머들을 좋아하잖아;





    그나저나 지구 백업, 마빈, 중간의 애니메이션 (그 털실로 변하는 장면도 재밌었고), 존 말코비치 이야기 모두 공감. 마빈 너무너무 귀여워. 참, 그 요사시런 소리내며 열리고 닫히는 문도.





    문득 참혹한 흥행성적이나 엉뚱한 상상력이나 마치 서양판 "지구를 지켜라"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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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써머즈 - 2005/11/24 22:22
    재미 없었다기 보다는 '무지' 재밌지 않았다는 뜻이야.^^;;

    영어 자막이 있었지만 아직 내게 영어는 무리야.흐~

    그리고 유머들이 뭐랄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유머들이었어.(잘난 척은 아니고.-_-;)

    털실은 오바이트 장면이 가장 신선했지.ㅎㅎ

    소리나는 문은 재미에 비해 등장하는 씬이 너무 적어.





    네 말 듣고 보니 서양판 '지구를 지켜라'정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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