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4일 목요일

[mov] 스윙 걸즈 | Swing girls

스윙 걸즈 | Swing Girls


감독 | 야구치 시노부
출연 | 우에노 주리, 히라오카 유타, 칸지야 시호리, 모토카리야 유이카, 다케나카 나오토, 시라이시 미호


보고 나서 행복한 마음이 가득 생기는 영화. 트럼펫이나 색소폰, 드럼 정도의 악기를 꼭 다뤄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는 영화. 문득 예전에 ‘Shall we dance’를 보고 나서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생각난다. ‘Swing girls’는 Jazz, 아니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러고 보니 ‘Shall we dance’에 나왔던 아저씨 다케나카 나오토도 ‘Swing girls’에 나온다.


그럼, 프리 스타일로 한 번 해볼까? -_-;;;



이 아저씨는 일본 영화의 감초 역할로 자주 등장하는데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심약한 소시민의 삶을 잘 표현하면서도 유머와 따뜻함을 놓치지 않는 배우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케나카 나오토는 알고 보니 영화와 드라마에서 배우로 출연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감독으로 데뷔해 국제적인 상도 받았던 만능 탤런트라 한다. 그러고 보니 ‘도쿄 맑음’이란 영화가 이 사람 작품인 게 뒤늦게 생각난다.)


상황설정이 무척 황당한 부분이나 이야기의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런 면들이 영화를 더 생기있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닌가 싶다. 보면서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고 보는 내내 즐겁고 행복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고등학교 남자아이들의 수중 발레 이야기를 담은 ‘워터 보이즈’도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작품이라고 한다. 두 영화가 닮은 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귀가 함께 즐거운 ‘Swing girls’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또 이 감독은 ‘매트릭스’ 촬영기법을 모방하는데 진짜 멧돼지가 아닌 게 빤히 들여다 보이는 엉성한 설정이 더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런 기법은 MBC 코미디에서 조혜련을 위시한 몇몇 코미디언들이 시도한 바가 있었다. 어떤 이들은 최근 화제작 ‘웰컴투 동막골’의 멧돼지 씬이 이 영화를 따라 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영화를 보지 않았으니 패스.


What a woderful world with 멧돼지



낙제생들로만 이루어진 여름 보충수업 반 아이들이 어떻게 음악을 쉽게 배우고 악기를 최단시간에 다룰 수 있게 되는지 신기하지만 그런 논리적 추리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영화는 유쾌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야구부 주장이 던지는 말 “세상엔 두 가지 부류의 인간이 존재한다”의 두 가지 대답 “끝까지 해내는 인간과 포기하는 인간”, 그리고 “신나게 즐기며 사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은 이 영화의 성격과도 맞닿아있다. 명품을 걸치는 게 먼저인 날라리 여고생들, 컴퓨터를 갖다 놓고도 설명서가 어렵다는 핑계로 배우지 않는 낙제생, 다룰 줄 아는 악기는 고작 ‘피리’ 밖에 없었던 아이들이지만 정말 신나는 게 무엇인지, 기쁨이 무엇인지 알고 난 후엔 포기하지 않는 인간으로 내달려 결국 꽤 멋진 공연을 이뤄낸다.


중고라도 좋아. Jazz에 빠졌어


선생님이 오셨어!!!



Jazz의 음을 건널목 신호등 알람 소리에서 찾아내는 것도 재밌다. 어쩌면 음악은 인류가 시작하면서부터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해온 문화의 산물일 테고 현대 생활 속에서도 음악은 삶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홍수 속에 살지만 정작 들을만한 음악은 적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조차도 남들과 함께 소통하지 못하면 외면 받는 각박한 현실이지만 그렇게 정직하게 음악은 늘 우리 주변에 있고 그걸 오롯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다시 즐거운, 행복한, 좋은 소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Jazz의 박자는 이렇게..이렇게..



많은 취미와 다양한 재주를 가진 것도 복이겠지만 할 줄 아는 게 단지 ‘이 것’뿐인 것도 행복이다. 못하는 걸 하고 싶어하는 미지에 대한 앎, 배움의 욕망도 중요하지만 단지 할 줄 아는 ‘이 것’을 즐길 줄 아는 삶의 자세야 말로 중요한 에너지이며 원동력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소중하다.


우린 '소리'만 낼 수 있으면 돼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계속 몇 번을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영화 ‘Swing girls’는 그래서 따뜻하고 유쾌하다. 영화에 나오는 연주곡들은 배우들이 긴 트레이닝을 거쳐 직접 연주를 했다고 하니 이 영화의 진실성이 느껴진다. 게다가 ‘Swing girls’라는 콘서트도 했다고 하니 배우들도 정말 즐거운 영화, 콘서트, 음악생활이 아니었겠나 미루어 짐작해본다.


어쩐지 악기 다룰 때 손가락 움직임과 입, 가슴의 호흡 등을 유심히 봤는데 ‘싱크율’이 좋더라.


댓글 2개:

  1. 오늘 이 영화 보고 왔어요:)(ㅎㅎ.. 왠지 꾸중들을 것 같다는..셤을 코 앞에 두고) 가볍고 유쾌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뭔가 짠한 걸 느끼게 해준 영화였지요. 악기를 자신이 직접 연주할 수 있고, 노래를 직접 부를 수 있고, 춤을 직접 출 수 있는 건 행복한 거 같아요. 주변 사람들과 직접 그렇게 자신의 목소리로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죠. 수능 끝나고 다시 피아노를 배워볼까 생각중이랍니다. 형이 12월에 오시면 들려드릴 수 있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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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왕도비정도 - 2006/10/24 01:38
    꾸중은..무슨... 공부와 문화생활이 둘이 아닌 게지. 공부만 한다고 해서 공부가 잘 될리는 없잖아? :) 나도 이 영화를 보면서 유쾌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얻었어. 음악이라는 것, 악기라는 것은 무엇인가부터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했었지. 가끔 다시 몇 장면을 돌려봐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라 생각해.



    넌 피아노를 칠 줄 아는구나. 난 기타를 아주 조금 다뤘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손도, 재능도 굳어버려서 쩝... 요즘 간간히 작업하다가 줄 좀 튕기곤 하는데 뭐, 혼자 놀기엔 그럭저럭.ㅎㅎ 난 누구에게 들려줄 정도는 아니니 부탁같은 거 하지 마라.^^;;; 언제 네 피아노 연주를 들어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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