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이명박에 쏠림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글들을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걸까. 무엇이 이 '참담한 현실'을 당연하게 만들었을까. 이명박 vs 반 이명박으로만 봐도 아무런 문제는 없는 것일까. 그게 이번 대선의 화두인가?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진보와 보수의 대결, 좌파와 우파의 대결이라고 하면서 지내왔던 세월들이 사실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었고 좌파와 우파의 대결이 아니었음이 밝혀지면서 현재와 같은 "극우와 우파의 대결"로 흘러온 게 아닌가 싶다.
한국에 좌파가 없다는 사실은 꽤 긴 시간을 통해 차츰 알게 되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이 과거에만 쓰였을 법한, 냉전의 시대에만 통용되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지금의 한국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지금의 한국은 너무나 오른쪽으로 기울어졌고 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세력들은 너무나 지쳐서 자신들이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도 잊은 채 애꿎은 같은 색을 가진 대상을 향해 '용공좌익세력'이라 규명하며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꼴이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개혁이란 이름을 마치 진보나 좌파의 이름과 같은 위치에 올려놓음으로써 이 땅의 인민들이 양질의 민주주의 아래, 급진적 좌파세력과 중도보수 세력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개혁은 우파나 좌파나 모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보수는 개혁도 못하고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세력으로만 보게 되는 건 문제가 있다. 그건 '수구꼴통'들이라 불리는 자들만 그리 할 것이다. 아니, 그들조차도 개혁은 할 것이다. 모든 통치자들은 개혁을 했다. 그것이 역사의 심판 아래 인민을 위한 개혁인지 기득권을 위한 개혁인지, 또는 자신의 민족만을 위한 개혁인지, 인류의 평화에 기여할 만한 개혁인지가 판가름 나면서 '죽일 놈'도 되고 '존경받는 분'으로도 되는 것이다. 이게 과연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구분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일까. 한국에서 개혁을 입에 달고 사는 수 많은 사람들은 과연 좌파인가? 아니면 좌파는 빨갱이와 같은 것으로 위험하고 불경한 세력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걸까? 개혁과 진보가 같은 탈을 쓰면서 많은 사람들이 개혁을 부르짖는 이들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개혁에 반대하며 민심을 따르겠다고 감언이설을 흘리는 자들에겐 관대해지게 되었다. 정당지, 기관지와 같은 삼류 중앙일간지 등의 여론에 호도되었고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었다.
한국은 진보와 좌파 성향의 정당, 혹은 단체, 혹은 국민들이 너무 부족한 건 아닌가 싶다. 가령, 이번 대통령선거에 임하는 국민들의 태도는 그걸 확실히 보여준다. 일단 40% 정도의 이명박 지지자들은 열외로 하고 나머지 60%의 대부분은 반 이명박이거나 여전히 신자유주의를 주창하며 진보, 좌파의 탈을 쓰고 있는 보수당(신당)을 지지하고 있는 셈인데 반 이명박이라고 해서 좌파는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 그나마 좌파의 색깔을 내고 있는 정당은 민주노동당(사회당도 있다) 밖에는 없는데 많은 이들이 이들을 심정적으로는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절대로 그들에게 표를 던져주는 법은 없다. 이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될 놈을 밀어주자? 내가 주는 표를 먹은 사람이 당선이 되면 기쁘기 때문에? 마음으로는, 머리로는 좌파나 진보가 좋은 것이라고 알고 있거나 혹은 왠지 보수라고 하면 나빠보이고 진보라고 하면 '쿨~'해서 심정적으로는 지지하고 있지만 자신의 현실기반과 미래가치를 따져보면서는 민주노동당은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집단'이고 '해도 안되는 정당'이기 때문에 문국현이나 정동영 쪽을 지지하는 게 아닌가 싶다.(나도 문국현의 장점, 좋은 모습은 좋다) 이건 아주 묘한 오류를 가지고 있는 논리라고 생각되는데 최소한 인간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복지가 필요하다고 느끼거나 집 한 칸 장만하고 싶거나 제대로 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싶거나 최저생활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원하거나 사교육보다 공교육의 혜택이 좋아지길 바라는 등등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민노당을 지지해야 하지 않나?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왼쪽 날개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기 전에 왼쪽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누가 대통령이 되건 어떤 정당이 세력을 잡건 늘 터지는 사건은 그 밥에 그 나물이고 경제는 늘 오르락 내리기 마련이니 이젠 인민들 살기 좋은 세상, 진정으로 인민들을 위한 시스템 만들어보라고 왼쪽에 있는 당,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계속 한 놈만 이뻐해줘서라도 좌,우의 균형을 맞추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한 10년 지나고 나면 '살림살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진보를 외치면서도, 유럽의 사민주의를 동경하면서도 민노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민노당이 위하는 서민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낮아지는 것 같아서 싫어하는 것일까? 아니면 민노당은 노동자를 위하는 당이니 자신은 그런 노동자와는 격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싫어하는 것일까?)전부는 아니지만 '국가와 개인을 동일시'만 시켜주면 그 어떤 고난과 역경도 인내하고 살아갈 사람들이 바로 대한민국 국민들인 것 같다. 자신이 직접 혜택을 보지 않더라도 국가경제가 좋아져 GDP가 올라간다고 하면, 외화를 많이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한다면 반대에 서있는 어떤 세력도 발언을 하지 못하게 하고 좌파, 진보는 한겨울에 반팔을 입는 것과 같이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해버리고 마는 듯 하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지난 (빌어먹을) 군사정권의 전씨와 노씨도 숨 붙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고 삼성도 이 나라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세계시장에서 우쭐대고 있고 수 많은 기업들이 앓는 소리를 하며 가격 담합을 통해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으며 거짓말을 하던 의혹이 있던 국가가 위기라는 말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로 국민들에게 표를 얻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고들 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돈(자본, 경제)의 논리로, 국가와 개인의 동일시 논리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악순환의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선거에서 찍을 놈 없어서 기권하겠다는 사람들... 그들의 삶은 꽤 먹고 살만하고, 이 땅에서 사는 게 행복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진보나 좌파가 문제라며 끌끌 혀를 차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