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6일 목요일

독립 애니메이션도 권력(권위)가 목적인가?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품을 꾸준히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영화제 어느 곳에서라도 주목을 받았거나 상을 받았던 감독과 그렇지 않은 감독으로 나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개인적인 친분이 있을 경우에는 위 2가지 상황은 전혀 나뉘지 않는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싶어하거나 초청을 받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거다. 한국엔 독립애니 감독들이 대중(관객)과 누릴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너무 없고 지원사업도 그다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립애니 감독의 자격으로 한국에서 산다는 건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영화제를 통해 감독 자신의 이름이 일단 "뜨고"나면 많은 게 달라지고 (계)"급"이 격상된다. 그래서 영화제를 위한 작업을(도) 열심히 한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이곳 저곳에 창작 지원금을 받을 때 준비해야 하는 기획서는 '영진위'용 기획서와 '애니센터'용 기획서 양식이 있다는 소문들. 그리고 그 소문은 일정부분 타당성을 갖고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의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독립애니 감독들은 그렇게 지원금을 받아 몇 개월 생활비를 확보하고 생활고와 싸워가며 작품을 만든다. 그리고 난 후에 실력이 좋다면 또는 간혹 운이 좋다면 영화제 초청을 받아 참석한다. 혹여 수상을 하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단적인 예로 박세종 감독의 "축 생일(해피버스데이)"이 오스카에 호명이 되지 않았더들, 그리고 다른 영화제에서 상을 받지 못했던들 박세종 감독을 아는 사람들이 한국에 몇이나 되었을까. 당연히 유명해져서 스스로의 힘이 커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독립애니 감독들은 별로 없을 듯 하다. 그리고 말했듯이 생활고를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원래 부유한 감독들도 물론 있겠지만 독립애니를 만드는 감독들은 대체로 힘겹다.


그런데 이런 사실들이 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지만은 않는다. 개인적인 견해차는 늘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고 싶은 건 절대로 아니다. 그저 요즘에 와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 중 한 부분이 위와 같은 내용들에 관련되었다는 것 뿐.


독립애니 감독들이 혹은 관계자들이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하면서 조금씩 권력(권위)를 알아가고 누리며 행사한다는 것이다. 정말 이 작은 놀이판에서 그런 상황들을 접하거나 느끼게 된다는 건 슬프기 짝이 없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독립애니 제작의 목적은 분명 그것만은 아닐 터인데 난 지금 무엇을 위해 애니메이션 판에서 살고 있는가. 내 안에는 저런 생각, 마음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가. 이런 내용과는 완전히 별개로 순수하게 애니메이션 만드는 게 좋아서 사는 감독 얘기도 들어왔다. 그런데 그 감독이 갖고 있는 생각 이면엔 위 내용과 같은 생각들이 잠복해 있기도 하더라.




오늘 제 1 회 인디 애니 페스티벌이 막을 내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