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식은 취소되었습니다. 리얼 트레일러는 조직위 측에 전달되었습니다. 이 글은 비슷한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올리는 것이고 트레일러를 만드신 감독님의 심정을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리얼 트레일러 소각식 관련 내용 보기 " tt_lesstext=" 닫기 ">
저는 오늘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리얼(진짜) 트레일러의 소각식을 거행하려 합니다.
저녁 6시 해운대 인디 라운지 앞 모래사장에서 ....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느 개인의 영화제가 이미 아닌 것이 된 지 오래입니다.
따라서 제가 오늘 리얼(진짜) 트레일러를 소각하던지 말아먹던지 상관할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꽤 심각한 생의 결단으로 오늘 일을 결행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국제적인 관객을 속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더 이상 가짜 트레일러로 공식적인 영화제 행사를 겉 모습으로만 거행하는 조직의 허세를 알려야 한다는 각오 때문입니다.
흔히 개인에게는 작품이요, 명예요, 생명인 것이 있습니다.
그게 영화제의 공식 트레일러라면 그 영광은 대단한 것이고 책임 또한 막중한 것입니다.
영화제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닌 이상, 그 트레일러는 영화제의 얼굴이자, 첫인사이자, 피 돌기인 것 확실합니다.
개인은 이미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 진짜 제10회 부산 국제영화제 공식 트레일러를 불 태우려는 것입니다.
많이 오셔서 더 이상 허세가 진짜처럼 행사하는 그 거짓을 혼내주시기 바랍니다.
2005년 10월 8일
진짜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트레일러를 제작한 감독 이 용배 올림
위 글은
tengulee님 블로그에서 그대로 퍼온 글입니다. 물론 허락을 받았지요.
사실 어제 부산에 내려오자 마자 이 감독님을 뵈었죠. 내려오기 전에 트레일러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이 감독님이 살짝 흥분한 상태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고 그 '내막'을 들었습니다.
아~ 이런 그 내막은 있을 수도 없는, 있어서도 안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화제를 10년이나 운영해오면서 트레일러 필름의 체크나 문제 발생시 대응능력이 이것 밖에 안되나 하는 허탈함도 함께 느껴지더군요. 작품의 완성도는 별개 문제입니다. 작품에 대한 비판과 질책은 달게 받아야지요. 그러나 그 짧은, 하지만 영화제의 얼굴이자 첫 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일러에 대한 기술적 실수로 인해 생긴 문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결국 20초 분량의 트레일러에 사운드 필름이 21프레임나(!!!) 잘려나가튼 바람에 사운드 싱크가 하나도 맞지 않은 상태로 개막식에서 상영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까지 각 상영관에서는 제대로 된 트레일러를 관객들과 감독들이 보지 못하고 사운드도 엉망인 채로 상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다시 급하게 프린트를 떠서 가져오긴 했지만 92개나 되는 상영관에서 트레일러를 교체하는 작업은 여전히 늦어지고 있고 필름 관리하는 '알바'들의 미숙함에 문제 해결은 더디 될 것 같습니다.
인디라운지에서 들은 한 감독님의 얘기를 인용하자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기에 발생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상영관에서는 필름으로 상영을 하고 있지만 필름(아날로그)에 대한 교육은 순방향으로도 역방향으로도 전혀 교육이 되지 않고 인식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0년이나 진행해 온 한국 최대 영화제인 부산 영화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도 늑장으로 대처하거나 문제해결에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20초 밖에!! 되지 않는 트레일러는 영화제 조직위에 아무런 가치도 없나 봅니다.
한류에, 한국영화의 약진에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축제는 한동안 지속될 것 같지만 이런 일들이 또 발생하게 된다면 그리고 영화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고집스러운 권력이 되어간다면 미래 영화제의 성패도 알 수 없는 일이 되고 말 것 같습니다.
부산 국제 영화제에 오는 것만으로도(영화를 한 편 보지 못하더라도) 영화제의 생생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공유하게 되는 축제가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은 비단 저 뿐만은 아니겠지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시대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리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공식 사과문이 영화제 기간에 나오게 될 것 같네요.
즐거운 축제 조금만 더 즐기다가 돌아가겠습니다.
8일 오후에 올라온 인터넷 사과문" tt_lesstext=" 닫기 ">
<2005 부산국제영화제 트레일러 사고에 대한 공식 사과문>
2005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트레일러 취급의 불미스런 상황에 대한 사무국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문제 발생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5 부산국제영화제 트레일러의 완성본은 원작자인 이용배 감독의 노력 덕택으로 10월 3일 부산 사무국에서 수령이 가능했습니다. 다음 날인 10월 4일 사무국에서는 극장 배포 전 확인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도입부 암전 화면과 사운드의 일부 부분에 현상과정의 실수로 보이는 요인 때문에 원작과는 무관한 엉뚱한 화면이 삽입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사무국에서는 5일 극장 배포라는 촉박한 일정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프린트를 현상할 시간적 여력이 되지 않아 개막일을 맞추기 위해 문제가 된 3 프레임가량을 소거하기로 결정하고 실행하였습니다.
문제는 우선 트레일러를 현상하는 과정의 기술적인 실수로 제작과정에서 이미 문제가 있는 트레일러가 생산이 되었다는 것이나 무엇보다도 큰 실수는 저희 사무국 측에서 원작자인 이용배 감독에게 사전 양해를 득하지 않은 상태로 급박한 일정에 밀려 문제가 된 화면 부분을 소거하였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는 원작은 물론, 나아가 영화제를 찾아주신 관객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행위이므로 이에 2005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에서는 원작자인 이용배 감독에게 공식적으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리는 바이며 아울러 기간 중 정상적으로 현상된 트레일러 프린트가 관객 여러분께 최대한 빨리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을 약속하는 바입니다.
2005년 10월 8일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최윤나
http://www.piff.org/kor/html/news/new_piffnews_view.asp?n_code=NOTICE&idx=78
별 일이 다 있구만..쯧.
답글삭제너두 심란했겠지만, 감독님은 어이가 없으셨겠다.
공식 사과문 받아내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질 않도록 바램해야지. 그들도 이번 일로 느끼는 것들이 있을 거야.
학내 문제로도 정신 없으셨을 터인디...
좌우간, 좋은 영화 많이 보고 올라가렴.
근데, 영화표는 남아 있디?
*부산 간 김에 동래파전 먹고 와라. 그거 맛있거든. 꼼장어랑.
우리 동네에서 파는 건데... 쩝, 쩝
@wolhoo - 2005/10/08 20:02
답글삭제그렇지? 정말 별 일이다. 공식 사과문은 웹상에만 올라왔고 데일리 뉴스에 게재하기로 한 약속은 또 지켜지지 않았네. 오늘도 영화관 몇 개 점검 나갔는데 새로 전달한 트레일러 필름이 교체되지 않은 곳도 있고 해서 이만저만 답답한 게 아니다.
나 영화 한 편도 못봤음.-_-; 보고 싶은 영화들 오늘 밤에 하네. 어제와 그제는 트레일러네 뭐네 하면서 앉아서 얘기하고 그러느라 시간을 못챙겼구. 영화제 와서 영화를 못보고 가는 건 처음인듯.-_-; 그래도 부산 느낌은 자알~ 받고 간다.
그리고 영화제 오면 영화표가 없어도 ID카드 있으면다 보게 되어있음. :)
쳇- id카드 자랑은...
답글삭제id카드 있으면 뭐하냐? 영화 한편 못봤으면서 치-
@wolhoo - 2005/10/09 20:56
답글삭제ID카드 자랑 아니었음;;; 보통 영화제 가면 다른 사람 ID카드의 힘을 빌어서라도 영화를 본다는 뜻이었음. 그리고 영화제를 가면 (내가 아니더라도) 꼭 주변에 ID카드 있는 지인들이 있음.-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