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9일 금요일

[ani] 한 송이 꽃이 진다고 설워마라



선배가 작업을 한다길래 "그럼, 편집이나 좀 도와줄게요" 말을 했다. 그리고 얼마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창부타령'을 BGM으로 한 애니메이션 한 편을 완성했다. 마지막 스퍼트는 (엄살이 섞이긴 했지만) 꽤 힘겹긴 했다.

정화 선배는 이미 여러 단편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모양이다. 이번에도 그 명망으로 국악축전 조직위원회에서 섭외가 들어와 작업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작업을 꾸준히 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단편 애니메이션 작업이라는 것은...

부끄럽지만 사실, 난 그녀의 모든 작품을 다 챙겨보지 못했고 이곳 작업실에 와서 몇 개의 트로피를 보고서야 "꾸준히 작업을 하고 노력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이구나" 싶었다. 늘 서정적인,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하는 그녀의 마인드는 함께 작업하는 순간에도 확연히 느껴지곤 했다. 다른 작품들도 "한 송이..."와 같이 따뜻하고 감성적인 애니메이션들이겠지... 이번 작품도 그와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스토리 진행에 대한 이야기, 혹은 편집의 흐름, 색감 등에 얘기하다 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끊임없이 얘기를 풀어내려고 하는 모습들이 좋아 보인다.

이번 작업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언제나 부족한 시간과의 싸움 덕에 모두들 100% 만족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그럭저럭 꽤 나오지 않았나 싶다.(사실 자위하는 거다.) 하지만 국악축전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다시 감상한 결과 튀는 부분이 눈에 계속 밟혀서 편집과 이펙트 부분을 담당했던 나로서는 마지막까지 넉넉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게 가슴에 얹혔을 뿐이다.

국악축전 개막식에는 "한 송이...."와 다른 애니메이션 단 두 편만 상영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나마 선방한 셈이겠지?

여러 부분이 눈에 걸리고 불편하지만 사실 가장 먼저 후다닥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마지막 엔딩 크레딧의 글자 크기다. 줄이고 싶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어이없이 시간을 보내고 허겁지겁 렌더링을 거는 바람에 수정하지 못했었다. 아~ 언제나 작업 후에 너절한 변명들이 사라질 것인가. 그렇더라도 주어진 시간,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완성'의 맛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솔직히 손을 봐야 할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뭐, 보면 다들 느끼겠지만...-_-a, Retake가 없는 애니메이션은 없다.)

그러고보니 난 요즘 PD 역할이 아니라 (감히) TD 역할을 해내고 있는 건가? 솔직히 즐거운 역할이다. Tool을 다루기도 하고 Tool을 이해하고 접목시키는 일을 하다보면 재밌고 중요한 역할이란 생각이 든다. 뭐, 어쨌거나 애니메이션 만드는 일은 어떤 역할이든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이런 역할은 실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感'을 유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이 작업에서는 보이는 이펙트와 보이지 않는 이펙트가 있다. 보이지 않는 이펙트는 늘 보이는 부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게 있다. 보이진 않아도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 다르니까. (그런데!!! 난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http://www.gugakfestival.or.kr/gugak_4/gugak_4_3.html
이곳에 가면 나머지 9편의 애니메이션도 감상할 수 있다.

댓글 8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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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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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밀댓글1 / 변명이라는 거 알어. 그림 그리는 게 무서울 뿐이야. 그리고 그림 안그리는 이유가 다른 것 때문에 그랬다는 얘긴 한 적 없는데.-_-;;; 뭐, 늘 게으를 따름이야.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그닥 움직임이 많지 않아. 그게 아쉬운 부분이지.



    이시태님 / 노래하시는 분인가봐요? 오~ (노래도 잘하고 싶다.-0-)



    비밀댓글2 / TD는 니가 말한 게 맞아. 그리고 자학하는 거 아님. 사실, 내 버릇이기도 하지만 잘한 부분 막 드러내는 것도 못하겠어. 그리고 함게 작업한 사람들을 깍아내리려는 의도는 아니니, 혹 그렇게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_-a, 수정을 좀 해야겠군.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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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g 턱빠지게 이뻐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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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렇지? BG 잘 그리는 사람들이여. 턱은 좀 괜찮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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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쁘다.. 글고 엔딩타이틀 폰트사이즈는 그닥 크지 않은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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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kisca - 2005/10/28 15:48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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