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4일 수요일

신해철에 대한 오해? 도대체 왜?

개인적으로 신해철 팬도 아니고 좋아한 적도 없다. 그의 음악도 즐겨 듣지 않았었다. 그러니까 난 신해철이 이번에 나온 사교육 광고 모델 건으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데 대해 '화'가 나는 것도 없고 '실망'도 없고 그는 '여태껏 똑같았다'고 생각할 뿐이다. 혹시 '어떤' 모종의 기대가 있었다면 '실망'과 '분노'가 동반되었겠지만 그런 게 없다는 것. 지난 날 신문지상에서 인터넷 상에서 또는 가끔 방송에서 소개된 그의 발언들을 생각해보면 단지 인기를 위한 발언이거나 또는 소위 꼴리는 대로(욕이 아니니 오해는 사절) 하는 발언일 뿐이지 그가 무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뱉은 말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파장과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의 발언에 대해 사회에서 과도한 관심을 보이거나 왈가왈부하는 것에 대해 신해철은 (내 기억으로는) 그다지 유쾌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에 따른 2차, 3차 언급이란 것도 없었던 걸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신해철이 꽤 괜찮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역시 개인적인 생각으론) 절대 '데미지'같은 프로그램의 사회를 보지 않았을 테고, 일반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 비난하고 언쟁을 벌이며 싸우는 프로그램(이름이 생각이 안난다)에도 주인공으로 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케이블 TV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부분이 신해철의 소위 '마왕'이미지, '독설'이미지, '솔직'이미지 등에 기댄 것이었지 그에게 무언가를 바랬던 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프로그램 제작자가 신해철에게 어떤 입장, 발언들을 기대했을 수도 있지만 신해철은 애초부터 그런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해철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인 분노는 어쩌면 사람들 스스로 영웅 또는 허수아비를 만들어놓고 그 대상에게 자신들의 욕망을 투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잘못된 것이었음을 알게 된 데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신해철 스스로가 그 전부터 사람들이 자신의 어떤 부분(가령 100분 토론 패널로 참여 등)에 대해 관심을 갖는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상업적인 수익을 얻어야 하는 연예인이었으므로 짐짓 모른 체 하다가 이번 논란이 생기고 나니 자신은 원래부터 그랬다고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았나 싶다.

(그의 확실한 팬들을 제외하고) 다수의 대중들은 신해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신해철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말하지 않고 있으면서(사실 말할 이유도 없었다) 사람들이 낚이고 난 후에야 소위 '커밍아웃'을 함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제대로 '데미지'를 입힌 것 같다.

상황이 이러한데 신해철의 진성 팬들이 신해철의 반응과 태도가 여전히 쿨하고 멋있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과거의 팬이었건 현재 신해철에 대해 주목했던 사람이건 일반 대중이건 그에 대한 '분노'가 있다면 그 '분노'를 거두어 들이길 권한다. 그리고 혹여 신해철에 대한 오해가 신해철 자신으로부터 생겨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가 만들어 낸 허상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 신해철이라는 인간은 그저 연예인일 뿐이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가 100분 토론 스튜디오에서 '좌측'이나 '우측'에 앉는 건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젊은층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의견이 '한나라당'이나 '보수'에 가까울 때 되도록 그들과 거리를 두고 '진보'에 가까운 때라면 적극적으로 등장해 발언을 했을 뿐이다. 그게 의도한 게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신해철은 절대로 '진보', '개혁', '지식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란 거다. 그는 단지 연예인일 뿐이고 가수일 뿐이며 엔터테이너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혹 이런 경우들을 종종 봤을 수도 있겠다. 소위 말하는 '패션좌파', '부자좌파', '마초좌파' 등등. 남들이 볼 때는 '좌파'로 봐주긴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좌파'라고 하기 힘든 그런 사람. 또는 자신은 '좌파'라고 우기지만 남들은 '좌파'라고 봐주기 힘든 사람. 즉 자신과 타인과의 이해정도, 관점정도가 완전히 다르지만 '좌파'를 혓바닥에 걸어야 왠지 쿨해보이고 멋쟁이 오빠가 될 것 같은 사회가 만들어낸 이상한 사람들. 사회에 관심은 있고 발언은 해놨고 자신의 행위는 늘 올곧았고 한 번도 틀리지 않았으며 똑바른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이미 적지 않은 젊은이들 중에 자신의 행위와 발언에 반성하고 되새김질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 '완벽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허황된 자기애(愛)는 종종 신해철과 같은 변종을 만들어내곤 한다. 사실 신해철이 변종이 아니라 신해철은 딱 그만큼의 발언과 행위를 하면서 먹고 살아왔던 사람이다. 어쩌면 나 스스로가 쓰고 있었던 색안경을 벗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한국의 연예인들이 외국의 연예인들처럼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열려있고 진보적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야말로 한국의 연예인들은 그저 연예인들 뿐이다. (물론 몇 몇 소수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 신해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은 참 슬픈 것이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많은 논란들은 논란의 대상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논란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관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비슷한 이유로 '시비'가 엉기고 성기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논란이 신해철 개인으로 한정되지 않고 신해철과 같은 연예인들로 좀 더 폭 넓게 확산되고 바람직한 대안이나 의견들이 모여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댓글 5개:

  1. trackback from: 해철이형.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봐
    형. 형의 발언과 관련해 썼던 내 첫글과는 달리 이렇게 편한 말투로 글을 써내려 가는 건 그저 그러는 편이 제목과 더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일면식도 없는 주제에, 한국적 정서(형의 말대로라면 형은 그다지 이것에 민감한 것 같지는 않지만)상으로 판단할 때 건방진 자식이라 생각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 뭐 어차피, 형이 이 글을 볼 가능성은 굉장히 낮을 거 같긴 하지만. (출처 : http://www.shinhaechul.com/)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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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예전부터 그의 팬이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몇 발언들을 볼 때, 와, 저건 진정성 없이는, 충분한 고민 없이는 할 수 없는 말인데.. 싶었거든요. 그래서 아쉬움이 큰 듯해요. 사실, 본인이 만들어낸 허상의 이미지가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휴 어렵네요.

    관련글 트랙백 해놓고 가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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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舟 - 2009/03/04 16:34
    그러게요. 어떤 발언들은 혹~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생각되네요. 자신만의 논리가 갖춰지면 소위 '말빨'은 더 강해질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개인의 생각에 '옳음'과 '그름'을 쉽게 재단할 수는 없겠지요.



    이번 경우는 민감한 '교육'과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에, 게다가 그가 과거에 보여줬던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논란이 더 커진 게 아닌가 싶어요. 본질이 어떠했던 간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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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지나가는이 - 2009/03/04 22:15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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