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일 일요일

경찰의 모조지폐를 이용한 납치범 검거작전에 대한 의문점

드디어 "모조지폐를 무차별 유통시켜오던 제과점 여주인 납치 용의자 정승희 씨가 공개수배 열흘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그랬지만 범인을 검거하고 난 후에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경찰은 왜 '모조지폐'를 사용했을까. 외국의 사례에서도 인질/납치범이 돈을 요구할 때 모조지폐를 건네준 적이 있을까? 경찰이 모조지폐를 이용해 납치범으로 하여금 인질을 풀어주게 하려는 시도가 무모한 건 아니었나?

"모조지폐는 구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경찰의 주장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건,

1. 구별이 가능하다면 범인도 구별할 수 있으므로 인질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

2. 구별이 가능하지 않다면 범인이 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

3. 범인이 처음부터 모조지폐란 걸 알아챘지만 인질을 풀어준 후 돈을 사용했을 가능성

4. 인질을 풀어주고 난 후 모조지폐인 걸 알았을 가능성

5, 계속 모르고 있다가 처음 돈을 사용하고 난 후 방송을 통해 모조지폐인 걸 알았을 가능성

1의 경우는 가장 최악의 경우다. 경찰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다행히 범인을 검거하긴 했지만 1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다는 건 정말 문제가 크다. 납치범을 속이는 행위는 바로 인질의 안전과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2중, 3중의 장치를 한다 하더라도 신중해야만 한다.

2의 경우, 경찰이 말했던 "구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2차, 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전혀 예측하지 못한 셈이 된다. 지금까지 모조지폐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다면 이건 100% 경찰이나 국가에서 보상을 해줘야만 한다. '그럴 줄은 몰랐다'는 식으로 면피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

3의 경우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모조지폐인 걸 알면서도 인질을 풀어준다? 그들의 범행이 장난이 아닌 이상에...

4의 경우, 범인이 긴장하고 있었던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방송에 공개된 범인의 전화 목소리를 들어보면 너무 여유만만하고 차분하다. 돈을 받은 후 서두르지 않고 돈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돈을 받았다는 생각에 성급히 인질을 먼저 풀어줬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범인들은 완전 생짜, 초보...

5의 경우, 범인은 바보.. 또는 경찰이 건넨 모조지폐가 진폐와 너무도 많이 비슷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2번과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경찰이 '모조지폐'로 납치범들과 협상을 벌이려 했던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이건 간에 범인보다는 경찰 쪽이 불리하지 않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으려나? 즐겨보는 CSI에서는 진폐에 약품처리를 하거나 위치추적을 달아두거나 일련번호를 가지고 추적하는 건 봤어도 '모조지폐'로 범인들과 협상하는 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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