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4일 토요일

박종원 감독의 송어 그리고 이은주

  • 박종원 감독송어가 MBC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 등장하는 배우들도 만만치 않다. 인간의 욕망과 숨겨졌던 폭력과 두려움의 표출, 그리고 인한 분열, 거짓과 진실의 줄타기 등에 탁월한 묘사가 돋보이는 송어. 다시 보는 앳된 이은주가 그립다. 2009-03-14 02:51:13

이 글은 자유인님의 2009년 3월 14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추가::

'송어'에 등장하는 배우들을 보니, 강수연, 황인성, 설경구, 김세동, 이항나, 이은주, 김뢰하, 김인권, 권태연, 박길수 등이다. 당시에는 황인성과 강수연이 주연급이었지만 설경구, 이은주의 연기도 충분히 좋았고 김인권, 김세동의 연기도 볼만했다. 그리고 사냥꾼으로 등장한 김뢰하, 권태연, 박길수의 감초연기도 잘 녹아들었다. 이항나는 시끄럽고 주책없는 아줌마 연기를 잘 해냈다.

연기는 (연극적) 과장이 없지 않고 영화가 산(山) 속 송어 양식장(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서술하고 있어 연극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한정된 공간, 개방되어 있으면서도 밀폐된 공간인 산(山)은 충분히 연극적 요소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영화에서 배경으로 쓰이고 있는 산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산이라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오히려 영화에서는 일반적 느낌들을 더 강하게 끌어내어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산) 안에서 보면 확 트인 공간으로 밖을 보지만 (산) 밖에서 보면 꽉 막힌 공간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중적인 느낌을 주는 산(山)이라는 공간은 보다 쉽게 인간의 이면을 드러내기도 하고 감추기도 한다. 게다가 산을 벗어나는 순간 산에서의 나와 산 밖에서의 나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된다. 산을 한 번이라도 다녀 온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종원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려 보면 '송어' 역시 다른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주제나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그러고 보니 박종원 감독들 작품은 다 봤는데 작품 모두 내겐 특별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미묘한 감정의 골이 점점 커지면서 폭발하는 과정을 여러 사건과 인간관계의 촘촘한 설계로부터 잘 뽑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송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살한다는 창현(황인성;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어떤 작은 자극에도 이성을 잃고 자멸하고 말 것이라는 영화의 핵심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배우들 개개인의 디테일한 연기와 감정변화의 표현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병관(김세동)이 민수(설경구)에게 은행대출 좀 해달라면서 '사냥총이나 구입해서 사냥이나 좀 해야겠다'는 말에 차 안에 타고 있던 민수(설경구), 병관(김세동), 정화(강수연), 영숙(이항나), 세화(이은주) 다섯 사람이 시원하게 웃어제끼는데 가장 씁쓸하면서도 웃기고 섬뜩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특수한 상황,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여러가지 모습을 드러내며 다층적인 인간상을 보여주던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그 상황에 쉽게 적응하게 되고 자신과 분리시켜 객관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하면서 오히려 지난 일들과 자신들의 모습을 웃음으로 무마시키고 쉽게 잊으려는 모습 속에서 '한국인의 특질'을 가장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보편적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특별히 더 한국적인 인간군상의 모습이랄까.

세화 역을 맡은 이은주는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오히려 주연들 못지 않은 연기와 스토리 장악을 보여주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첫 영화 출연이지 않았나 싶다. 이은주는 TV, 영화에서 처음보고 눈여겨 보며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무척 좋아했고 기대했던 배우였는데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게 무척 아쉽다.

고귀해보이기도 하고 약간은 천해보이기도 하며 강해보이기도 하고 약해보이기도 한, 목소리마저 앙칼지기도 하고 애교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교태스럽기도 하고 섹시하기도 했던 스크린과 브라운관 속의 이은주는 정말 여러가지 모습을 동시에 드러내는 좋은 배우이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그녀는 '내 안에 너무 많은 나'로 인해 힘들어했을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이은주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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