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건희 사면'이 결정되었다. 그것도 이건희 한 명만 단독으로 사면되었다. 76명 사면,복권신청으로 훼이크를 쓴 다음 이건희만 단독으로 살려냈다. '법치'를 강화하겠다면서 '법치'를 무시한다. '지도층'의 비리척결을 강화하겠다면서 '지도층'의 비리를 알아서 사면한다. 평창은 동계올림픽 유치 성사와 관게없이 이제 용산철거민들과 함께 거론될 것이다.
최교일 법무무 검찰국장과의 일문일답을 보면 더욱 기가 찬다.
-이 전 회장이 유치에 실패하면, 특별사면 단행 자체가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그렇다. 한 사람에게 특혜를 준다는 비판이 있는 것 안다. 언론에서도 논란이 있었다는 것 안다. 표현이 어떨지 몰라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라고 해야하나. 결국 국익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지 않나"
국민은 구더기가 되고 이건희는 장이 되는구나. 국익이 가장 중요하니 천한 국민들의 기분쯤이야, 법의 형평성쯤이야 무시해도 되는 거겠지. 국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도 하겠다는 저 투철한 사명감. 몸서리 칠 만큼 무섭다.
-법무부 강조한게 법과 원칙이다. 불법파업에 대해 엄격히 법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형 확정 반년도 안된 시점에 이 전 회장을 사면한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해명해달라
"비판은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런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고 사면위원회에서도 위원분들이 대부분 실용을 택했다고 할까, 국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겠다, 사면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대부분 냈다"
기본적으로 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니 법무부는 대통령 딸랑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면 위원회 위원들의 실용선택, 정말 끝내준다. '실사구시(實事求是)'가 무슨 뜻인 줄이나 알고 '실용, 실용'하는 것인가. 실용은 법보다 상위 개념이고 실용은 만능임을 절감하게 된다.
-범죄 경중도 사면에 고려됐나
"그렇다. 사면하게 된 범죄 내용도 고려하게 된다. 흉악한 살인범은 사면이 어렵지 않겠나"
이건 뭐, 할 말이 없다. 흉악한 살인범은 '흉악'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때문에 더 끔찍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경제사범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흉악한 살인범도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갱생의 의지가 확실하며 사면할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가 고백한 내용만 보더라도, 그리고 그간 드러난 삼성의 모든 불법행위를 보더라도 설령 직접 손에 피를 묻혀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 뿐이지 이건희는 흉악한 경제범이 아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을 것이며 그들의 행위로 인해 대한민국의 경제의 기초와 상도덕, 기업윤리들이 흔들리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흉악도 이런 흉악이 없지 않나.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살인범은 최악의 인간말종이지만 경제범은 대한민국을 살려내는 생명수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러니 불법파업을 한 자들은 엄정처단하지만, 이유도 없이 노동자들을 해고한 자들은 대한민국 경제를 위한 구국적, 실용적 결단을 한 영웅들로 받드는 것이다.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한 삼성은 괜찮지만 할 말이 있어 집회, 시위를 하면 애나 어른이나 외국인이나 때리고 가두는 것이다. 왜? 경제인들은 국가의 근간이고 영웅이고 지도층이기 때문이다. 그 외는 잉여인간일 뿐이다. 그들을 위해 봉사하고 노동하고 소비해서 그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는 존재 그 이하, 이상도 아닌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지난한 삼성과의 밀고 당기기를 확실히 끝냄과 동시에 이제 대한민국은 '삼성'의 것이라고 선포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삼성의 은덕(恩德)을 입고자 하는 자들이 '경영'하는 대한민국 주식회사는 이제 회사의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다.
'대삼성민국(大三星民國)'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