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14일 목요일

앎의 시작.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 유한준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는 뜻. 사실 내가 알고 있었던 문장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다르나니라"였는데 원래가 이런 뜻이었나? 이렇게 되면 해석하는 뜻이 상당히 차이가 많이 나는데...

유홍준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 나오는 글이라 한다. 원래 글은 유한준이란 분의 글이었고. 안다는 게 먼저인지 사랑하는 게 먼저인지에 따라 해석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을텐데 어떻게 말이 다르게 전파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더 와 닿는다. 제대로 알면 제대로 사랑할 수 있으니까. 물론 사랑을 해도 알아가긴 매 한가지긴 하다. 다만 사랑에 빠져 제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의 망막을 가리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앎과 사랑은 거의 동시에 시작된다고 해도 될 듯 싶다.

'제대로' 안다는 것이 말장난에 불과할 지도 모르지만 그 제대로 안다는 것에 대한 욕구가 살다보니 정말 절실히 느껴진다. 나도, 상대방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또다시 반복이지만 간혹 사랑하려고,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에서 알아질 수 있긴 하다.)

누군가를 온 몸 세포줄기마다 새겨 넣 듯 이해하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빈번한 때에 머리 속 가득히, 마음 속 가득히 막막해지고 소통 불량이 되는 건 당연한 듯 싶다. 불끈 일어나는 호기심을 잘 다스리고 다독여서 함께 가야겠다.

살아도 살아도 실타래의 한 쪽 끝을 찾아내긴 커녕 꽁꽁 묶여가는 느낌. 아직도 갈 길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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