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24일 일요일

회화

일산에서 회의가 있었다. 함께 브레인 스토밍도 하고 앞으로 진행될 애니메이션의 전체적인 컨셉을 잡아내는 일.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기법이나 연출보다 컨셉 잡는 일이 더 어려운 것 같다. 특히나 전시장에서 상영될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제약이 뒤따르기도 하지만...우리는 그걸 일단 다 백지화 시키고 이야기를 진전시키기로 했다.

서로 주고 받는 이야기는 서로에게 피드백이 되고 말과 말이, 문장과 문장이 얽히고 섥히면서 새로운 말과 문장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건 나 혼자서는 절대로 끄집어 내오지 못할 지난 날의 경험과 앎들을 비교적 쉽게 꺼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란 건 참 신기하다. 스스로 해내지 못하는 부분이 두 사람, 세 사람과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되는 경우가 있으니... 물론 시너지 작용의 극대화는 그런 외형적인 부분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내 생각을 숨김없이 말하며 밀고 당기는 양보와 이해의 미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나른한 일산의 어느 동산에 올라, 강렬하고 따가운, 하지만 너무도 기분이 좋은 햇살 아래서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오후. 작은 행복이 느껴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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