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동생 / Drifters / 二弟
감독 : 왕 시아오쏴이
출연 : 두완 롱(둘째 동생), 수 앤(여자친구), 자오 이웨이(큰 형), 탕 양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작품 중에 하나가 <북경 자전거>다. <북경 자전거>를 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특히 북경에 가본 사람이라면) 상당히 사실적인 영화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 같은 느낌. 그게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둘째 동생>도 역시 사실적인 느낌을 담아내는데, 그다지 많은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영화 내용에 공감할 수 있다. 중국인의 “아메리카 드림”이랄까? 아니면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몸부림”이랄까. 아무래도 후자가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밀수선을 타고 가다가 해안 경비대에 걸려 잡혀 되돌아오거나 죽거나. 하지만 많은 이들은 수 차례 배를 갈아타고 가는 긴 여정에 동참한다. 밀입국을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딱히 어떤 희망도 없는 그들의 고향, 작은 시골에서는 밀입국 말고는 더 좋은 방법은 없나보다.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풍요를 가져다 주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물질적 풍요는 일정 수준의 정신적 풍요를 담보한다는 것이다. 충만한 정신세계를 누리고 있는 사람도 금전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현실생활은 정말 힘들지 않은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급속하게 뒤섞이고 있는 중국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더욱 큰 화두로 다가올 법 하다. 한국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겠지. 어차피 사람 사는 곳에 발생되는 문제는 대부분 비슷하니까.
물질에 얽매이지 않는 삶은 그 물질을 소유해보고나 해야 할 소리는 아닐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유하고 있지 못한 사람이 무소유를 말하면 스님들이나 하는 소리가 되고 일반인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 현실감각이 없다고 비난을 받기 쉽상이다. 참 어려운 문제.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낀 감상 또 하나, 평탄한 인생은 결코 없다는 것. 본인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일들도 무척 많지만 인연들에 얽혀서 많은 일들이 우연, 필연으로 발생한다. 그러다가 때론 자기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게 되고 결국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그랬거나 어쨌거나 결국 사람은 희망과 목적이 있지 않은가. 방황도 하고 좌절도 하지만 잘 추스리고 일어서면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고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 수도 있다고 믿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생각이 났는데, 중국 영화를 보면 영웅들이 나오는 홍콩 느와르 풍의 영화 말고도 상당히 많은 영화에서 표현되는 중국인은 죽음에 대해 상당히 초연하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영화에서만 더더욱 두드러지겠지만 한 나라의 영화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삶과 정서의 반영이지 않는가. 이 영화에서도 목숨을 거는 일이 위험하다는 걸, 두렵다는 걸 알지만 대면하는 모습은 처절하도록 초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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