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11일 월요일

포기할 때...

존재를 잃어버리면 가슴을 잃는 것이다.
가슴을 잃어버리면 자신을 잃는 것이다.
자신을 잃어버리면 세상을 잃는 것이다.
세상을 잃어버리면 인생을 잃는 것이다.

인생은 실패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나는 것이다.


- 천양희

잃어버릴 만한 존재를 알고 있지도 않은 것 같다. 하루하루 잠에서 깨어 살아있는 내 몸을 만져보고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고서야 살아있음을 느끼니까. 요즘같은 계절엔 창으로 힘껏 밀고 들어오는 햇살에 내 종아리 부분이 살짝 열오름을 느끼는 행복감으로 아침을 맞이하긴 하지만 내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은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가슴은 여전히 벌떡이며 뛰고 있고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웃는 감정이 있는 걸 보면 내 존재는 다만 아직 명확하게 모르고 있을 뿐 잃어버리진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난 얼마나 내 스스로에게 집착을 하며 살아왔던가. 아직은 어느 하나도 잃어버리진 않았다는 안도감은 사실 사치일 수 있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긴 한다.

여전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목적의식은 내가 삶의 종극에 가서 얻어내고 싶은 것과 약간의 괴리가 있긴 하다. 다만, 최대한 내가 하는 일과 삶에서 얻어내고 싶은 것과의 일치점을 만들기 위해 평행선을 유지하며 살진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 실패했다고 생각해 본 적 없이 잘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이뤘다는 작은 만족감도 또한 없었다. 오래 전 작은 감각감상을 얻은 힘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정도랄까. 실패해보지도 않았으니 포기도 없다. 게다가 포기할 때 인생은 바로 무거운 막을 내려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까.

힘껏 살아내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