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30일 화요일

충고

후배 원희에게 오늘 꾸중을 좀 들었다.
내가 중국어를 공부하는 방식이 좀 잘못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뭐랄까...난 중국어 사전을 그리 자주 들춰보지 않는다.
지금 수업 중에 배우는 단어들은 내가 이미 한국에서 알던 한자도 많고 그래서
병음만 알면 읽고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 사전찾는 시간을 아낀답시고(사전 찾는 게 익숙치 않아서인지 시간이 좀 걸린다.)
후배들에게 물어보거나 중국 친구들에게 물어본다.
 
원희는 그게 잘못된 공부방식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사전을 자주 들춰봐야 단어도 더 잘 외워질 것이며
스스로 사전을 찾는 습관을 들여야 잘 잊어먹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나보고 공부하는 방식이 게으른 거 아니냐고 한다.
듣다보니 속으로 부끄럽고 한편으론 나이를 빌어 약간 기분이 상하는 마음도 조금있지만
참으로 타당한 말인데다가 사실 위에 열거한 나의 이유라는 것이 참으로 초라한 것이었다.
 
마음 상하는 기분이 들었다면 내가 정곡을 찔렸음에 다름 아니고
혹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음을 열지 못해서 구차한 변명을 만들어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마음을 슬쩍 돌리고 바라보니
그런 내 모습이, 마음이 보인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원희에게 미안하고 그렇다.
그래서 "원희야, 니가 말한 게 맞다. 옳다. 니 충고를 잘 받아들이마"고 답했다.
 
그러고보니 중국어 관심있다고 와서 아직 불이 덜 붙었나보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조금 쉽게, 혹은 조금 편하게 공부하려고 하는 나태심이
나를 붙잡고 있었나보다.
조금 더 쥐어잡고 나를 몰아보자.
남에게 관대하고 나에겐 인색해보자. 조금 더, 조금 더...
 
오늘 내 정신을 깨우쳐 준 원희에게 고맙다.
그리고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돌려진 내 마음도 고맙다.
제안한 방식이 나에게 맞던 맞지 않던 지금은 모를 일이다.
구차한 변명보다는 행동하는 삶이 더 값있다.
멈추어 있지 말고 계속 깨어나자.
 
원희야~! 고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