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13일 금요일

수염.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수염이 빨리 자랐으면 하고 바랬던 적이 있었다.
 
매일 아침 아버지께서 전기면도기로 수염을 깍는 경쾌하고 멋있던 소리.
 
아버지께서 먼저 출근하시고 나면
몰래 아버지 면도기로 얼굴 이곳저곳을 부벼대었던 기억이 난다.
잔털을 깍고 나면 수염이 빨리 자란다는 얘기 때문에...



오늘 거울을 보다가 덥수룩한 내 수염을 보니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늘 까칠하고 짧은 수염이 얼굴 가득하셨던 아버지.
 
그런데 떠나실 때는 수염을 깍지 못하셔서
아주 길고 새하얀 수염을 보여주시고 가셨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고 멋있게 보이던지...
 
지금 내 수염은 산적 수염이라 볼품은 없다.
 
아~ 중학교 입학하면서 수염이 나기 시작했는데
아버지께서 허허 미소를 보여주셨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오늘 다시 거울 속 내 수염을 보며 지난 날을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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