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21일 일요일

어이없는 실수.

HSK시험을 봤다.
어제 저녁에 챙겨갈 건 다 챙겨놨는데 그만 실수한 게 있었다.
시험장 들어갈 때 신분증 검사를 하는데 여권 아니면 거류증이 필요한데
난 학생증을 거류증으로 잘못보고 가져간 것이다.
하지만 들여보내 주면서 내일부터 3일 내에 중문과 사무실에 가서 다시 얘길 하라 한다.
에이~ 번거롭게...귀찮게...
 
시험은 약간 긴장이 되었다.
뭐...시험이란 게 다 그런거지.
첫 시간은 듣기 시험이었는데 조금씩 빼놓고는 잘 들리지가 않는다.
4개의 답 중에 상상력을 발휘해서 고르는 수밖에...
다음은 어법, 그리고 독해...
 
마지막 종합인데
각각의 부분별로 시간을 주고 그 시간 안엔 해당되는 부분만 풀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착각을 해서 마지막 종합부분이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나뉘어져 있는 걸 모르고
마지막 단어 써넣는 주관식도 시간을 따로 배정해주는 줄 알았던 것이다.
문제를 다 풀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그냥 소비해버리고 말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주관식 문제도 다 풀었어야 하는 건데...
결국 답을 다 못썼다.
 
같이 시험 본 후배는 그 문제는 1점씩 밖에 하지 않으니 걱정말라고 하는데
시험 점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어이없는 실수를 해서 좀 황당하기도 하고
내 스스로에게 조금은 화도 나고 그러는 것 뿐.
어차피 이번 시험이야 그냥 연습삼아 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걱정은 없지만
생각할 수록 너무 어이가 없는 실수를 한 게다.
게다가 내 옆자리에 앉은 녀석이 만약 제대로만 시험을 쳤어도 눈치로 알았을 걸...
이 녀석은 아예 2부분부터 시험을 보지 않을 작정인지 아니면 천재인지
손을 놓고 문제를 풀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허허...거 참...
 
그런데 참 우습게도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시험 끝났다는 사실이 홀가분 한건지...
시험 준비도 안하고 공부도 안해놓고 홀가분한 마음이 드는 건 뭐지?
지금까지 시험때마다 느꼈던 감정이 습관처럼 조건반사처럼 작동을 하는가 보다.
그런 마음도 참 재밌네...
 
시험은 약 2~3시간에 걸쳐 봐서 후다닥 지나갔다.
 
후배가 시험끝났으니 점심이나 먹으며 술 먹자고 해서 그러자 했는데
얘기를 하다보니 녀석이 고민이 많나보다.
나보고 도 닦는 법이나 배우겠다고 농담처럼 건네며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답답하기도 한가보다.
내가 도사도 아니고 도인도 아니고 도력도 없지만
이런저런 얘기 해주면서 들어주고 그러는 수 밖엔...
 
바람이 무척 차다.
 
이젠 공부해야지.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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