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26일 금요일

[ani] The Iron Giant - 아이언 자이언트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1999) 
연소자 관람가/ 87분 / 애니메이션,SF,가족/ 미국


어쩌면 아이언 자이언트(철거인)가 더 사람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에 슈퍼맨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이루는 장면에선 한 편으론 어색하고 한 편으론 슬쩍 감동을 받는 이질적인 감정의 경험을 했다.
정부요원 켄트 맨슬리는 죽이고 파괴하는 일이 자신의 숙명이고 사명인 양 생각하는데 그것을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 시키려 한다. 그 모습이 요즘 종종 보아오던 요즘의 상황과 오버랩이 되면서 씁쓸함과 분노가 일어났다. 애국을 위해서 나라를 지키는 일을 위해서는 몇 명의 목숨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 타인의 고통은 나라를 위해 감수해도 된다는 지극히 파시즘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는 사람들...사실 그런 사람들치고 스스로 희생하고 직접 선두에 나서는 경우는 정말 보지 못한 것 같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속에 폭력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총이라는 무기를 보거나 누군가의 공격을 받을 때는 그 폭력성이 엄청난 무기와 함께 겉으로 표출이 된다. 아이언 자이언트가 사람보다 더 사람같다고 느낀 건 이런 점 때문이었는데 사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전형적으로 착하거나 나쁘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 로봇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분노할 줄 알고 아픔을 느낄 줄 알며 행동할 줄 아는 것이다.
로봇의 생김새가 미야자키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로봇과 비슷하게 보이기는 했지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모습, 그리고 나중에 무기를 사용하는 로봇으로 변할 때 그 무시무시한 변신모습은
잘 설계된 메카닉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일본 로봇물에서 꼭 등장하는 게 변신, 결합, 합체 등의 주요장면 아닌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큐빅스도 그런 장면이 꼭 등장하곤 하는데 로봇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그게 없으면 앙꼬없는 찐빵이랄까?

미국에서는 거대로봇물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때 참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고 게다가 잘 만들어진 수작이란 생각이 든다. 워너가 가끔씩 이쁜 짓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가장 웃으면서 봤던 장면은 아이언 자이언트가 호수에 다이빙을 하는 시퀀스인데 묘사가 아주 멋지다. 감독의 얘기를 들어봐도 그 장면을 가장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적중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들이지만 성우들이 흥미롭다. 주인공의 엄마인 애니는 제니퍼 애니스톤이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철물점 주인 딘은 해리 코닉 주니어이며 아이언 자이언트는 생긴 것도 비슷한 빈 디젤이다.

사운드도 참 좋았고 특히 아이언 자이언트는 모두 3D로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2D와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도 제작진이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캐릭터들의 모습은 좀 상투적(?)이랄까? 하지만 배경의 묘사, 칼라 등은 인상에 남는다.
로봇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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