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1일 월요일

아직은...힘들지 않아.

또 한달의 시작.
중국에 온지 석달 째.
 
처음 왔을 때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시간이 많은 듯 넉넉했지만
적응이 조금씩 되가면서는 한국에 있을 때하고 별 다른 게 없는 것 같다.
하루 해가 짧아져서 기분상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역시 삶을 살아가는 내 문제이지 환경과 장소는 2차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다.
 
내일은 HSK시험 등록하러 간다.
시험은 한 2주 후에 본다고 하는데...잘 볼 수 있을까?
이번에 보는 시험은 그냥 테스트 삼아 보는 것이니...부담은 없다.
중국친구들은 시험 준비 잘 하냐고 물어보지만
시험을 위해 딱히 공부해 본 적이 없는 나로써는 그저 웃을 뿐.
스스로 공부한 만큼 시험보고 한 만큼 결과가 나오면 그것으로 족하다.
 
또 내일은 중국친구가 두어달 전부터 소개시켜 준다던 미술선생을 만나기로 했다.
한국에 있을 때 그렸던 그림들 가지고 가서 일단 보여드리고
어떻게 할지는 내일 결정이 되겠지.
이것 역시 이젠 별로 기대도 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일까 기회가 오면 잘 활용하면 되겠지.
내 실력이 부족해서 안되면 또 다른 기회를 찾도록 노력해야겠고...
 
한국어를 가르치기로 했던(서로 한국어와 중국어를 가르쳐 주기로...했던) 중국아이는
여전히 전화가 오지 않아
소개시켜줬던 동생에게 다른 아이 있으면 소개시켜달라고 전화했다.
 
어떤 날은 중국어가 잘 되다가도 어떤 날은 정말 답답할 정도로 들리지도 않고 말도 안되는 날이 있다.
내 노력부족을 탓할 수 밖에 없지만 가끔은 살짝 약오르기도 하다.
게다가 요즘 가끔 꿈을 중국어로 꾸기도 하는데
꿈 속에서조차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자꾸 물어보거나
간단한 회화만 하곤 한다.
꿈을 자주 꾸지 않는 나로써는 이런 꿈이 사실 참 신기하기도 하지만
역시 꿈이나 현실이나 중국어 실력은 그만그만하니 거...참....
 
문득 내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지나버린 3개월 동안 뭘하고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멀리 나와서 생활하는 만큼 되도록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도 생기건만
내 마음은 늘 간사해서 게으르고 싶어지기만 한다.
 
중국와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는
'조급해 하지 마라'와 '열심히 노력해라'라는 두 마디다.
노력하는 것과 조급해하는 것은 상관관계가 없으나
생각해보니 내가 아무리 조급해해도 될 건 되고 되지 않을 건 되지 않는다.
운명에 나를 맡기는 것은 아니지만 늘 과정이 있고 단계가 있으니 그건 확실하다.
다만 주어진 시간동안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주어진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각자의 편차가 생기겠지.
 
지치지도 않게 오늘도 결심이 무뎌지고 다시 결심을 세운다.
그나마 반성하고 다짐하는 마음만큼은 아직 건재한가 보다.
아직은 힘들지 않다.
 
12월의 시작.
중국에 온지 석달.
꽤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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