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8일 월요일

장애.

요즘 과학수사대 CSI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 본 것 중에는 장애인 편견에 의한 살인사건이 나왔는데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전에 한국에서 봤을 때도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것인데....
 
내용 중에 청각 장애인이 정상인의 어떤 행동을 보고 두려울 수 있지만
정상인은 그런 장애인을 보고 더 두려워한다는 의미가 나왔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내 마음 속에도 장애인을 두려워 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편견과 잘못된 생각들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장애인이 나(정상인)와 다르다는 편견이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이상한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닌 단지 불편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그런 이들을 보면 이상한 사람 보듯이 하거나 나와 다른 사람 보듯히 하는 건
명백히 잘못된 행위이지 않은가...
동정심도 필요없고 더 특별한 관심도 필요없다.
다만 같은 동등한 인격체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생각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들을 위한 생활보조 장치를 마련해 줄것이고
함께 생활해가는 데 별 무리가 없지 않겠는가...
 
정상인들의 불편함은 알아서들 다 챙기고 권리를 요구하면서
장애인들의 불편함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수의 횡포에 다름 아니다.
 
CSI 팀장이 청각장애인 학교 교장과 대화를 나누는데
수화로 얘기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교장이 묻는다.
누가 가르쳐준 것이냐고....어머니가 가르쳐 줬다니까
배우게 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하는데 수화로 얘기를 하면서 드라마가 끝이 난다.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하기도 했고 무척 여운을 주기도 한다.
 
나도 중학교 때인가 수화를 배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어떤 이야기를 들어서였는데
한 남자가 패스트 푸드 점에 갔을 때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자꾸 돈을 점원에게 주니까 그 점원이 왜 그러냐고 답답해 하더란다.
남자가 수화로 아이에게 말을 거니까 그 아이가 거스름 돈을 많이 줘서 돌려줄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 남자처럼 되고 싶었다.
언제 수화를 쓸게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혹 나보다 불편한 이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그 바램은 그냥 어린 날의 욕심으로 끝을 맺고 말았지만
아니, 그 이후로 혼자 책도 사려고 했고 나중에 인터넷으로 보면서 공부해보려 했으나
마음이 늘 일관되지 않아 그만 두고 말았다...
 
...사실 지금 나도 완전 정상인은 아니다.
시력도 좌.우 차이가 많이 나서 방위 복무를 했었다...
지금은 신체의 장애보다 마음의 장애가 없는지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긴 하다.
신체의 장애는 불편함에 그치고 말겠지만
마음의 장애는 그 파급 범위가 비교적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장애가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늘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볼 일이다.
완전함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덜 실수하길 바라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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