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7일 일요일

얼후(二胡;er.hu)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귀에 익은 현악기 소리가 들려온다.
가만히 듣자하니 중국 전통 악기 '얼후'같다.
 
작년 7월에 중국에 왔었을 때 친구랑 내몽고에 간 적이 있었다.
내몽고에서 만난 친구의 아버님께서 얼후라는 악기를 보여주시며
잠깐 연주를 해줬던 게 기억이 났다.
해금하고 많이 비슷한 데 음색은 중국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소리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초췌한 차림의 아저씨가 앞에 동전 그릇을 놓고 연주를 하고 있다.



오늘 날씨는 그렇게 춥지는 않았어도
한국보다는 더 추운 날씨이고 얼굴이 벌겋게 얼 정도의 날씨인데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자세는 흐트러짐없이 넉넉하게 혹은 쓸쓸하게 얼후 연주를 하고 계신다.
자세가 어찌나 바른지(그림은 좀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분명 구걸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 눈엔 구걸하는 것 같지 않고
마치 어떤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난 차마 돈을 넣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칼날같은 겨울 바람을 멈춰가며 얼후의 음색이 내 마음 곳곳이 들어와 앉는다.
 
얼후 연주하는 음악 소리와 더불어 내 눈에 강하게 비춰진 것은
아저씨 콧수염에 달린 고드름이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연주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늘 보던 모양인 듯 제 갈길에 바쁘기만 하다.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내 갈길을 재촉했지만
자꾸 마음은 그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마음 한 곳이 텅 비워지는 듯도 하고 무언가 감정이 한꺼번에 채워지는 듯도 하다.
 
하루종일 얼후를 연주하던 아저씨의 모습이 사라지질 않는다.
모자 아래로 보이던 보일듯 보이지 않는 표정과
활을 켜서 부스럼이 된 가루들이 무릎에 소복이 쌓여있던 모습과
콧수염에 달려있던 작은 고드름이....
 
벌겋게 된 손마디가 얼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
얼후란...? (출처 ::  두산세계대박과 EnCyber)
중국 근대의 현악기. 호금(胡琴:일명 胡弓)의 일종으로 중국어로는 얼후[二胡]라고 한다.
몸체(지름 9∼10 cm)는 대 또는 단단한 나무로 만들며
모양은 둥근 것, 6각 ·8각으로 된 것 등이 있다.
여기다 뱀가죽을 씌우고 길이 80 cm 정도의 자루를 달아,
그 자루에 명주실을 꼬아 만든 줄을 두 가닥 쳤다.
말꼬리로 만든 활을 그 줄 사이에 끼워 찰주(擦奏)하는데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자루를 쥐고 식지 ·중지 ·약지로 현을 누른다.
조현(調絃)은 5도, 음역은 1옥타브이다. 4현이 있는 대형의 4호(四胡)에 대한 명칭이다.
이 악기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으며 청조(淸朝)의 4호는 저음인 데 반해 2호는 고음이다.
그리고 이것은 남방에서 많이 쓰이는 데서 난후[南胡]라고도 한다.
(혹 해금이 기원이라고도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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